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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INA Sep 10. 2021

마음이가 마음 했다.

긴 호흡으로 쓰는 글 : 마음의 주인, 이기주를 만나고...

선선한 바람에 여름이 가을에 자리를 내어주는 게 너무 서운해서 늦여름을 어떻게든 잡아 보겠다고 바다로 향하던 아침 이기주 작가님의 신간 [마음의 주인] 이 곧 나올 거라는 소식을 들었다. 몇 번의 계절을 지나가면서 글을 쓰셨구나...


추운 겨울 한국에서 처음 따뜻한 [언어의 온도]를 만났고, 겨울이 따뜻하던 싱가포르에서 항상 소중한 나의 엄마랑 [한때 소중했던 것들]을 나란히 소파에 누워서 읽었고, 출장을 다니며 쉴 새 없이 말을 할 때 [말의 품격]과 함께 입을 닫고 귀를 열었다.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하던 여름 [글의 품격]을 만났다. 미국에 돌아오고 코로나가 시작되던 그때 봄 [사랑은 내 시간을 기꺼이 건네주는 것이다]를 나에게 시간을 나누어 주는 친구한테 선물 받았다. 그리고 늦여름에 아쉬움이 가득했던, 가을이 시작되는 날 [마음의 주인]이 비즈니스 클래스를 타고 날아왔다.


로제 샴페인 이랑 잘 어울릴 것 같은 분홍색 날개띠를 달고 한국에서부터 날아온 이기주 작가님의 신작 [마음의 주인]을 쓰담 쓰담해준다. 오느라고 애썼어... 손에 딱 들어오는 사이즈에 번지는 핑크색 표지, 핑크색에 스며들겠다...라는 생각에 로제 샴페인을 한병 따서 첫 한 모금을 마셨을 때의 '버블 버블' 하는 마음 이랑 겹쳐진다. 


새로운 책을 읽기 시작하면 하는 나만의 의식 같은 것이 있다. 겉표지를 찬찬히 살핀다. 그리고 표지의 제목, 부제목, 지은이 등 글로 써져 있는 것들을 읽기 시작한다. 글자체, 글자의 크기, 글자의 색깔, 표지의 색깔, 색깔의 농도, 작은 선의 크기와 방향들, 이미지와 아이콘들 모두 세심히 들여다 봐준다. 의미가 있고, 이유가 있어서 그 자리에 놓인 것 들이다. 얼마나 많은 아이디어와 고심 끝에 이 세상에 나왔을까 하는 생각에 애틋한 마음에 쓰담쓰담 해준다.


책이 책장에 꽂히면 보이는 부분에 책 제목과 부제목을 다시 한번 읽어 본다.

마음의 주인, 마음을 온전히 느끼고 우리는 삶에 대하여

어떤 각도에서 들고 보느냐에 따라서 다른 색깔이 보이기도 한다. 어떤 마음에서 읽어보느냐에 따라서 다른 색깔이 느껴지기도 하겠다. 로제 핑크와 보라색을 품고 있는 글씨들과 내 마음이 투영돼서 보이는 색깔에 설렘과 사랑이 가득하다.


책 겉표지 뒷장에 실려있는 짧은 토막의 글


"위로란 무엇일까?
절망의 수령에 빠진 사람을 건져내기 위해선 
어떤 방법으로 위로의 마음을 전해야 할까?

단언컨대, 슬픔의 방에 홀로 들어가 
고개를 파묻을 채 펑펑 울고 있는 사람을 향해 
어서 나오라고 큰소리로 고함을 지르는 행위는 
위로가 되지 않는다.

'느린 노크'로 인기척을 냈는데도 대답이 없으면 
문을 벌컥 열어 젖히기 보다,
스스로 눈물을 소진하고 슬픔을 말릴 수 있도록 
그냥 내버려 두는 것이야말로 
참된 위로가 아닐까."

_ 기다릴 수 없으면 위로할 수도 없다.
마음의 주인, 이기주 


작가님의 특유의 말투로, "마음이라는 숲에서 길을 잃은 당신에게 진심을 담아 이 책을 건넵니다."라고 하는 말이 귓가에 맴도는 듯하다.  긴 호흡을 한번 내쉬고, 책을 열었다. 그리고 천천히 읽어 나아갔다.

코로나가 시작되며 이 책을 쓰셨다고 한다. 그리고 '클럽하우스'라는 소셜 미디어에서 '생각의 숲'을 만들어 같이 산책하자고 하시던 작가님의 생각이 묻어 있는 [마음의 주인] 은 작가님의 다른 책들과 많이 닮았다. 생각은 변할 수 있지만, 마음은 변하지 않을 테니... 진심은 진짜는 변하지 않는다. 


마음이 지치고, 몸이 쉬고 싶을 때, 난 아이스크림을 찾는다. 아이스크림을 한입 넣고 음미하며 먹을 때도 있지만, 힐링과 회복이 필요할 때는 스푼이 아닌 포크를 들고 아주 전투적으로 막 퍼먹는다. 삽이 아닌 삼지창으로 퍼서 텅 빈 마음에 욱여넣듯이... 새로운 맛들도 거침없이 도전하지만, 아는 맛 에는 못 당한다. 생각을 할 여유 조차 없이 힘든 날엔 아는 좋은 맛으로 향한다. [마음의 주인]이 어떤 맛 인지 알 거 같지만... 노랑 맛, 보라 맛이었으면 좋겠다. 내가 아는 좋은 맛... 아마도 [마음의 주인]은 천천히 아껴 먹고 싶은 아이스크림이 될 거 같다. 항상 냉동실에 상비되어 있는 응급 상비약처럼...


대부분 사람은 기운으로 사는 게 아니라 기분으로 살아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 한때 소중했던 것들, 이기주 


기운보다 기분으로 살아가는 우리의 날들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으려고 마음을 다시 잡고 몸을 추스 린다.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끝까지 걸어가는 사람은 속도를 유지하는 사람도, 방향을 잃지 않는 사람도 아니다.
리듬을 잃지 않는 사람이다.
-  마음의 주인, 이기주 


내 리듬을 찾아가기 위해. 오늘도 달리고 시작한다. 몸을 움직이면 마음이 따라올 때가 있기 때문이다.


당연한 것을 잘 해내는 일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인지 모른다. 
- 글의 품격, 이기주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한 것들은 애초에 당연하지 않았던 것들이다. 처음에 설렘과 두려움이 사라지고 일상에 묻혀 당연하지 않던 것들을 당연하다고 생각할 때 오늘 하루의 특별함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하나도 당연하지 않은 나의 좋은 하루는 이 세상 온 우주의 신들에게 하루도 빠짐없이 기도를 하는 엄마와 아빠 때문일 거다. 


불완전한 존재인 인간이 불완전한 대상에 끌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 마음의 주인, 이기주 


완벽하고 완성형이 아닌 현재 진행형이 어서 좋다. 내가 그렇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그러하기에...


'뭘 그리 복잡하게 생각하는가. 함께 비를 맞은 사람과 무지개를 바라봐야지. 둘만의 시간 속에서..'
- 마음의 주인, 이기주


세상의 폭풍을 정통으로 맞았을 때 감당하지 못해서 그만 하겠다고 한 적이 있었다. 떠내려가게 내버려 두라고 내리던 비만큼 울었던 때가 있다. 그때 나를 묵묵히 지켜주었던 사람들 덕분에 비가 그치고 무지개가 나오는 날엔 무지개를 함께 볼 수 있다. 그리고 지금 비를 맞고 폭풍을 견뎌내는 사람들이 내 눈에 들어온다. 해주고 싶은 말이 있지만 입에 머금고, 우산과 수건을 들고 서서 기다린다. 준비를 하고 있다. 언제든지 달려갈 수 있게...


작가님의 문장들은 작가님을 많이 닮았다. 몇 권의 책을 읽었다고 해서 그 사람을 다 알 순 없지만, 문장에서 흘러나오는 마음이 느껴질 때가 있다. 마음의 주인이 된다는 말은 강하고도 유연하겠다는 말인 것 같다. 지키기 전에 헤아리고 잘 품어 주는 것... [마음의 주인], 마음이가 마음 했다.


타인에게 휘둘리지 않고 마음을 지킬 수 있다면 이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마지막 4부 사람 (人)은 남겨 두었다. 맛있는 거 먼저 먹는 스타일이지만 아껴 읽고 싶은 마음에 슬며시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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