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EINA Sep 16. 2021

처음이 아니어서 좋은설렘

One Week To go :하프마라톤까지일주일

필라델피아 디스턴스런 (Philadehilpa Distance Run) 하프마라톤이 이번 주 일요일이다. 여름이 한창이었던 6월 말 가을에 달리겠네 하면서 신청을 했었는데 이미 코앞이다. 아침저녁으로 해가 줄어 가고 선선해진것 보니 가을이 제대로 자리를 잡은 요즘이다. 


5:40 AM  아직은 어두운 하늘 별들이 반짝거리던 새벽 레이스 구간을 탐색하기 위해서 친구를 픽업하러 나간다. 새벽에 나와 머리에 전등을 달고 달리는 사람들이 보인다. 저렇게 까지 뛰어야 해? 하고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지금 나와서 달리면 오늘 얼마나 달리려고 하는 걸까?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어두운데 조심하길 바라면서... 


친구에게 첫 번째 레이스가 될 소중한 5Km, 나의 첫 레이스를 생각해 본다.  5km부터 시작할 생각도 못한 달리기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던나, 10km를 신청하고 트레이닝 하기 시작했었다. 내 레이스의 첫 시작은 싱가포르에서였다. 첫 레이스에 긴장과 설렘이 나를 곧장 싱가포르의 마리나 베이 앞 그날로 데리고 간다. 그리고 또 다른 친구와 함께하는 필라델피아 에서의 레이스... 아름다운 사람들과 아름다운 곳을 같이 달릴 수 있다는 감사는 또 다른 행복이다.  


친구가 만들어온 밀크 커피 티를 마시면서 I-76를 달려간다. 해가 올라오기 시작하고 이미 날이 밝아 오기 시작한다. 분홍색 필라델피아 하늘을 뒤로한 필라델피아 뮤지엄 앞에다 주차를 하고, 몸을 풀고 달리러 나간다. 5Km 코스를 달리기 시작한다. 친구가 달려야 할 5km 코스와 내가 달려야 할 하프마라톤 코스는 다르지만 우린 같이 달린다. 친구의 페이스에 맞춰서 달려 나간다. 허리케인 아이다의 흔적이 남아있던 스쿨킬 강 (Schuylkill River) 잠시 서서 강을 멍하니 바라본다. 고요한 아침 로잉으로 여는 사람들, 달리는 사람들, 걷는 사람들, 각자의 이유로 나와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공기도 습도도 바람도 모두 좋기만 하다. 


3km를 달리고 돌아오는 길에 몸이 풀리기 시작했다. 보통 토요일이었으면, 내가 자리에서 장거리를 달려야 하는 시간에 다른 곳에서 혼자가 아니 같이 달리고 있다. 6km를 같이 달리고, 걸어서 뮤지엄 쪽을 올라가는 길, 언제 누가 써놓은 문장이지만, 사진으로 담아 놓는다.  


" I choose to be positive and enjoy today." 


건강하기에 달릴 수 있고, 혼자서 때론 같이 달릴 수도 있다. 혼자서 달려서도 좋지만, 같이 달려서 더 좋은 아침이다. 레이스 끝에는 가족이 있다는 말에 같이 울컥하여 울면서 내가 좋아하는 것을 건강하게 오래 달리자고 하는 친구가 있어 행복한 아침이다.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에 정신없이 허덕이는 요즘, 달리기를 하는 시간만큼은 시간이 느리게 갈 수도 이다는 생각이 든다. 온전히 내가 달리수 있는 속도로 지나가는 시간 거기에서 일어나는 힐링이 있다. 내가 정해놓은 리듬대로, 내 페이스대로 달려 나갈 수 있다는 평온함과 안전감... 그래서 나는 오늘도 달리고 시작한다. 강하고 담대하게 나를 지키키 위해서... 


아마도 같이 달린 시간 보다, (결국 남는 건 사진이야 하면서...) 사진을 찍은 시간이 길지 않았나 싶다. 뮤지엄 뒤쪽에서 (많은 사람들은 앞이 생각하지만 사실 필라델피아 쪽을 바라보는 쪽은 뮤지엄의 뒤쪽이다.)  필라델피아 시내를 내려다봤다. 록키 발자국 앞에서 손을 들고, 떠오르는 해를 정통으로 맞으며, 트리 포즈를 하려고 발란스를 잡으며, 여기저기 같이 달린 아침 달리기의 흔적을 남겼다. 좋은 기억도 덜 좋은 기억도 시간이 지나면 흐릿해진다. 좀 더 오래 기억하기 위해서 기록한다. 영화 록키에서 나오는 것처럼 계단을 비장하게 달려 내려가지 않고, 천천히 아침 해를 즐기면서 걸어 내려간다. 이제 막 달리기를 시작하려는 대학생 크류가 모여 코치의 말을 듣고 있다. 민망하게 작은 스피도를 입고 있는 남자들이 예사롭지 않다. 오늘 얼마나 달리니? 여자들도 그렇게 달리지 않아도 돼서 정말 다행이다.  9시도 되지 않은 토요일 아침, 너무나 많은 것들이 이루어졌다. 아직 시작되지도 않은 토요일, 얼마나 많은 것들이 가능할까? 


그리고... 일요일 아침, 

다시 내 자리로 돌아와서 7마일을 달렸다. 이번 주 나의 거리를 채워야 한다. 

7마일 11.27Km 6'14" 1:10:10 

일요일까지 정말 며칠 남지 않았다. 

코로나가 시작되고 혼자가 아닌 같이 달리는 레이스에 대한 설렘은 나의 첫 레이스의 설렘과 긴장감과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Philadelphia 


매거진의 이전글 맨발 투혼을하려고 한건 아니었지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