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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INA Nov 23. 2021

오늘 더 부지런히 사랑하겠습니다.

유심히 너의 눈을 찬찬히 들여다본다. 내 마음이 들켜 버릴까, 혹시 내가 너를 보고 있던 시선이 들킬까 봐 조마조마 하면서, 천천히 밝은 빛이 너의 얼굴에 떨어져 사방으로 퍼져 반짝이는 빛을 따라가 본다. 깊숙한 두 눈에 반짝이는 빛을 따라가 보니 너를 처음 만났던 그날로 데려가 준다. 까만 배경에 어렴풋이 보이던 너의 모습 보고 있으면서도 믿어지지 않던 얼떨떨한 첫 만남이었다. 


우연이었을까? 운명이었을까? 기적보다 더 기적같이 너는 나에게 왔다. 하늘에 별처럼 수많은 사람들 중에 너를 그렇게 만났다. 매일이 꿈보다 더 꿈같은 하루가 지나갔다. 나보다 너를 더 아끼기 시작되는 날들이 연속이었다.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나의 하루가 엉망진창이 되어 버려도 눈물이 났다. 네가 나에게 와줘서, 그 힘든 일을 해줘서...


처음 해보는 이 사랑은 모든 게 서툴기만 했고, 설렘은 불안감과 긴장감을 데리고 왔고 마음은 바쁘기만 했다. 만나기로 했던 날이 하루 이틀 지나고, 나를 그렇게 기다리게 해 놓고 갑자기 온다고 했다. 그래, 지금이 제일 좋은 순간일 거야... 한 시간, 두 시간, 어느덧 스무 시간이 지나가고, 더 이상 내 몸이 느끼는 아픔은 중요하지 않았다. 무사하길, 너만 무사히 도착한다면, 바랄 게 없다고. 제발 무사히만 도착해달라고, 제발 건강하게만 나에게 와달라고... 


갑자기 더 이상 움직이지 않던 너. 눈을 질끈 감았다. 너만 괜찮을 수 있다면, 나는 괜찮다고... 나의 주님께 기도를 했다. 만약 우리 둘 중에 한 사람의 손을 잡아야 한다면, 단 한순간의 주저 없이 너의 손을 잡아주시라고, 그리고 그 손 놓지 말아 주시라고. 얼마나 많은 시간이 지났을까? 눈을 뜨려고 했는데 다시 감았다. 너무 밝은 빛이 떨어지는 차가운 병원 침대 위였다. 너는 어디에 있는 걸까? 나에게 그렇게 애를 쓰려고 오려고 했는데, 너 잘 도착했니? 


한참의 정적이 계속되고, 알게 되었다. 나에게 오려고 애를 쓰던 너의 간절한 손을 잡아줬던 나의 주님은 너의 간당간당한 빛을 지켜주고 계신다고, 중환자실에서 산소호흡기를 달고 들숨과 날숨을 번갈아 가며 애를 쓰고 있는 너를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도대체 무엇일까... 감사합니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말이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부디 그 사람을, 부디 그 사랑을 지켜주세요... 


다른 병원으로 이송되기 전 처음 만나게 된 너, 만져 볼 수도 안아 볼 수도 없지만, 그것으로 충분했다. 

살아줬잖아, 지금 너무 애쓰고 있잖아... 내가 곧 갈게... 조금만 더 애써 줄래?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이 모든 게 기적이었기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그 나의 사랑이 나에게 온 지 10년이 되어 가는 날이 다가오는데, 하루에도 몇 번씩 울컥울컥 한다.  

네가 나의 기적이기에, 네가 온 세상의 사랑 이기에, 너의 머리카락 개수까지 알고 계신 나의 주님은 오늘도 너의 빛을 지켜주시느라 열일을 하시고, 나는 이 시간을 너와 함께할 이 기적 같은 이 세상의 시간 속에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말밖에는 할 수가 없다. 


우리 기쁨이, 엄마한테 와줘서...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오늘 더 부지런히 사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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