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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INA Nov 24. 2021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오감 보다 뾰족한 엄마의 촉

미팅 릴레이로 시작해서 끝나는 아침 스케줄, 프레젠테이션을 마치고 다음 미팅을 들어가려던 찰나, 전화기를 집어 허덕이며 빨리 지나가는 시간을 잡으려는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온다. 이 모르는 번호 뭐지? 모르는 번호는 받지 않는데 무언가에 이끌려 그린버튼을 누른다. 전화기 너머로 느껴지는 헐떡거림과 함께 정적이 깨진다. "조이 엄마인가요? 조이 학교 간호사입니다."


그 순간 그 빠르게만 지나가던 시간이 멈. 춘. 다.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는지?  오감 보다 뾰족한 엄마의 촉 레이다가 켜진다.

괜찮지 않은 것을 예감하고 있지만, 길게 숨을 들이마시고 묻는다.

"조이, 괜찮아요?"


"조이가 멍키 바에서 떨어졌어요. 그런데 조이 답지 않아서요."

눈에서 반짝반짝 빛이 흘러내리는 아이라는 것을 선생님과 학교에서 조이가 어떤 아이인지 잘 알고 있다.

엄마에서 약사 모드로 전환을 하고 질문을 하기 시작한다. 응급조치는 해두었는데 병원에 가봐야 할 것 같다는 소견이었다. 지금 갈게요...


Fractured... 왼쪽 손목 엑스레이는 뼈가 부서진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래도 이만하길 정말 다행이다. 머리부터 떨어지지 않아서 다행이다. 눈에 잘 보이지 않은 충격으로 몸 안에 다른 곳에 상처가 나지 않아서 다행이다. 다행이다. 다행이다. 다행이다. 슬픔 예감이 틀린 적이 별로 없지만, 그 뒤에 따르는 "다행이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도 늘 함께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다.


조이를 천천히 잘 살펴보았던 학교 간호사님한테 다시 전화가 왔다. "조이, 병워 갔다 왔어요?" 병원에서 엑스레이로 컨펌된 진단을 듣고 간호사님은 말했다. 조이는 용감한 아이예요. 아프고 당황할 수 있었는데 아주 침착했어요. 한숨 쉬고 대답한다. 이럴 때는 용감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처음 있는 일이라 많이 무섭고 당황했을 텐데, 이렇게 까지 침착할 필요 있을까요? 혹시 많이 아팠는데 참고 있었을까 봐 내심이 걱정이 되네요. 조이를 천천히 정성스럽게 보살펴 줘서 고마워요. 무심코 넘어갔다면 치료가 늦어졌을 테고, 아이가 더 아팠을 거예요. 고마워요. 간호사로 오랜 시간 학교에서 많고 다양한 아이들을 보살피는 동안, 보이는 게 있다고 말했다. 괜찮지 않다고 말하지는 않지만, 괜찮지 않은 아이들의 눈빛, 그녀는 그 눈빛을 보면 알 수 있다고 했다. 그 눈빛을 알아봐 줘서 고마워, 우리 아이를 잘 돌봐주어서, 보살펴 주어서, 너의 정성스러운 시선이 고마워... 간호사와 약사의 대화가 아닌 엄마 대 엄마의 대화였다.


용감하다. 우리 아이가 용감하다.

Brave (verb).  having or showing mental or moral strength to face danger, fear or difficulty : having or showing  courage (용기); endure with courage

반짝반짝 빛을 품고 자라나야 할 우리의 아이들, 아직은 작은 몸과 마음으로 어른들을 배려하기보다는,

아프면 아프다고 말하는 용기를 가지고 살아갈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아프다면 아프다고 말하는 용기를 가진
아이는 자라서
용감한 일들을 감당할 수 있는 어른이 될것이다.


우리의 하루를 지나가면서 보이거나 때론 보이지 않는 크고 작은 상처가 생긴다. 모든 상처가 그렇듯이 아프기 전에 우리는 당황한다. 정신을 차려보면 생각보다 더 많이 아프고, 상처는 깊을 수도 있다. 상처가 상처를 낫기 전에 신속한 치료가 필요하다. 그리고 회복이 되려면 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조이도 알아차리지 못했던 아픔을 잘 보아주었던 간호사 선생님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다. 아프면 아프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낼 수 있게 들어주는 사람들, 반짝반짝 빛이 흘러내려야 할 눈에 빛이 흐려지는 것을 알아차려주는 그런 사랑, 그럼 사람이 함께 하기를 원하고, 바라고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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