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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INA Sep 30. 2020

9월 여름에서 가을로 가는 통로

아침에만 보이는 것들

9월의 마지막 날이다. 눈을 떠보니 5:07 AM이다. 피곤하다고 막 나간 어젯밤. 아무것도 제자리에 충전되어 있지 않다. 시계, 전화기, 노트북, 잘 쓰려면 충전을 해두어야 하는 것들. 그래서 자기 전에 재자리에 정리를 하고 충전을 해야 하는 것들인데, 아무 데나 어지럽게 놓아져 있다.  일이 바빠 피곤한 날에 더 늦게 자게 된다. 하루 종일 해야 할 일을 하느라 피곤했으니, 자기 전 내가 보고 싶은 이것저것을 보다 자야겠다고 하다. 늦어진다. 어제도 그런 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침에 눈이 떠져 더듬더듬 전화기를 찾아 시간을 확인하니 5:07 AM. 늦게 일어나고 싶었는데, 조금 더 자야지 하며 누웠는데. 더 잔다고 해서 피곤이 풀리지 않을 것을 알기에, 일어나서 이제는 몸이 더 익숙한 모닝 루틴이 시작된다.  양치를 하고,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키친으로 내려온다. 그린티를 만들려고, 물을 끓인다. 물이 끓을 동안 레몬을 반으로 자르고 레몬즙을 만든다. 설탕도 반 스푼 넣어준다. 진한 커피가 필요한 아침인데, 오늘은 일단 이렇게 시작한다.


9월 30일. 아직 밖은 어둡고, 비가 오는 소리가 들리는 아침이다.

아침 묵상을 하려고 일기장을 폈다. 오늘의 페이지 위에 쓰여있는 질문과 오늘의 숙제

9월에 무엇을 이루었나 돌아보고 기록 하기.


What did you accomplish this month?
이번 달에 무엇을 성취했습니까?


9월 1일 전날, 8월 31일 일기로 돌아가 보았다.

"8월을 보내줘야 하는 날이다. 8월 1일부터 시작된 아침마다 매일 글쓰기 챌린지, 그리고 달리기.

얼마나 가능했던 건지? 일어나니 4:45 AM이다.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 일찍 잤더니, 푹잤다. 내가 잘하는 것에 집중하고 나의 경계선을 잘 지키기라고 적혀 있다."


9월 1일. 5:15 AM 아침 일어나서, 묵상을 하고, 글쓰기, 글 읽기를 하고, 4km를 달렸던 하루.

"지금 가는 길이 어려워도 가본다. 안 가보면 계속 어렵겠지만, 일단 가보면, 가는 길이 어렵고 힘들기만 한 길인지 알아볼 수 있다. 일이 쉬울 때, 일이 쉬워 보일 때는 언제나 많은 사람들이 달려든다. 가는 길이 어려우면, 어려워 보이면, 가려고 하는 사람들이 적다. 길을 내어 놓는다는 것, 없는 길을 만들어 내는 것은 어려운 길이다. 그래서 남들이 잘 가지 않는 길이다. 그래고 하고 싶은면 해봐야 하는 것이고, 가보고 싶으면 가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비장하게 9월을 시작했었다.


나를 신나게 하는 여름을 잘 보내주려는 풀파티를 했고, 새로운 운동을 배우면서 실망과 짜증을 경험했고, 아이들은 개학을 했고, 코로나 스타일 비대면 학부모 상담을 했고, 친구들의 생일을 코로나 스타일로 축하했고, 친구와 배우자를 위해 기도를 했고, 보고 싶은 친구와 책을 같이 읽기 시작했고, 직장에서는 보스의 보스가 바뀌었고, 병원에 다녀왔고, 별일이 아니어서 감사했고, 아이들과 사과를 따러 가고, 브런치 작가 신청을 했고, 브런치 작가가 되어 28개의 글을 썼고, 10명의 구독자가 생겼고, 회사에서 멘토가 되어 들어주고, 약대에서 강의를 했고, 약대에서 새로운 제안을 받았고, 새로운 책들을 읽고 있고, 회사에서는 많은 회의 끝에 프로젝트에 승인을 받았고, 보고 싶은 친구들한테 편지를 보내고, 비디오 콜을 하고, 아이들과 옷장 정리를 하고, 나무에 색깔이 바뀌어 가는 토요일마다 장거리를 달렸고, 9월 매일 달린 거리는 116 마일 (180 키로가) 넘어가고 있고, 안 하면 티 나는 냉장고 청소와 화장실 청소를 하고, 아이들과 시티에 나가서 피자도 먹고 높은 하늘도 보고,  9월 너무 많은 것들이 가능했다.


10월 1일 전날이 오늘, 9월 30일  9월 마지막을 가능과 감사로 잘마루리를 하며, 10월에 하고 싶은 일들을 쭉 적어 본다. 매일 반복되는 바쁘게 허둥지둥 대는 날 같지만, 그렇지 않다. 매일 같은 것을 하고 있지만, 어느 하루도 같은 날이 없다. 그래서 더 감사하다.


비가 오는 아침이어서 해가 보이지 않지만, 운동복을 입고 일단 나가본다. 그리고 내 앞에 최선의 선택을 한다.

늘 그렇듯이 다 어떻게 하지?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지금 내 앞에 있는 것에만 집중을 해본다.

나 지금 오늘을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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