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패턴 바꾸기 프로젝트
첫 알람이 울린 6시 50분에 눈을 떴다. 이틀째다. 어제 결심한 ‘생활 패턴 바꾸기 프로젝트’.
마지막으로 풀타임 출퇴근했던 게 어언, 몇 년 전이었는지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 가만 보자, 2017년을 끝으로 없었다. 그 후로도 일은 했지만, 재택이나 자율 출근 아니면 파트타임이었고, 최근 1년 반은 완전히 쉬었다. 다시 일하려면 아무래도 적응기가 필요하다. 요 며칠 그런 생각을 하던 차, 일찍 일어난 어제부터 바로 해 보기로 했다. 9 to 6 기준으로 퇴근 시간쯤 일과를 마치고 밤에도 일찍 자자. 내일도 모레도 계속 이어가서, 얼마간 직장인 같은 패턴을 만들어 봐야지.
일어나서 차가운 물로 손을 씻고 머그잔 가득 미지근한 보리차를 따라 책상으로 가져왔다. 그러는 동안 여러 가지 생각이 두서없이 알른거린다. 알람 소리에 달아난 줄 알았던 꿈의 기억일까. 아니면 자는 동안 무의식이 풀어 놓은 그간의 숙제일까. 문득 ‘남의 시선을 너무 많이 신경 쓰고 살았다’라는 뉘우침이 파릇하게 돋아났다가 잔상을 남기고 물러간다.
지난번 우스갯소리로 적었던 ‘새벽 명상 모임’에 지금 가입하자. 나의 명상 방식은 낯선 단어 읽기. 평소 잘 쓰지 않는 단어를 모아 둔 작은 책자를 진작부터 책상 한쪽에 올려 줬는데, 오늘에야 펼쳐 본다. 눈앞의 생소한 단어를 하나하나 읽어 내려가니 들쭉날쭉 뻗어 나가던 생각의 가지들이 일순간 사라지면서, 얕은 냇가를 자박자박 걷는 기분이 된다.
책자를 덮고 일어나 주방으로 갔다. 두유 한 팩을 컵에 따르고 전자레인지에 1분. 단순하게 사는 것, 생각보다 간단하네. 그동안은 왜 그렇게 어려웠지? 일어나서 손을 씻고, 물을 마시고, 책상에 잠시 앉으면 그만인 걸. 전자레인지의 ‘땡’ 소리에 그 단상마저 파닥파닥 날아가고 곧 따뜻해진 컵을 꺼내 두 손으로 감싼다.
1년 반을 ‘쉬었다’라고 표현하기에는 마음이 마뜩잖다. 쉬는 법을 배운 지가 얼마 안 된 듯도 하다. 오랫동안 ‘쉬면 안 된다’라고만 살아와서,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면 쉬는 나를 구박했다. 성공하지 못하는 나, 하던 일을 포기하는 나, 다시 시작하지 못하는 나를 구박만 했다.
아뿔싸. 반추는 여기서 그만. 어제 산 밤고구마를 쪄야겠다. 지난주에는 아침으로 바나나를 먹었는데 이주에는 고구마로 변화를 줘 봐야지. 나는 왠지 호박고구마보다 밤고구마가 좋다. 오늘은 방 정리를 할 예정이다. 버릴 물건을 열 개 이상 고를 것이다.
Seine
사진은 글 쓰기 며칠 전 밤 산책 중. 가로등 빛 받은 노란 잎이 순간 눈에 들어, 가던 길 되돌아가 찍은 계수나무 가지(11월 26일에 쓴 글이라 아직 잎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