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골점액낭염을 진단받은 환자가 저에게 맨 처음 증상을 호소했던 말입니다. 엉덩이 통증이 있긴 한데 예사롭지 않아서, 뭔가 질병이 생긴 것 같아 얼른 병원을 찾은 환자였습니다.
이 환자는 증상이 발현된 뒤 신속히 저를 찾아왔기 때문에 ‘조기 치료’로 빠르게 호전되었지만, 25년간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로 지내면서 좌골점액낭염 증상으로 이 환자처럼 ‘빨리’ 병원을 찾은 분은 손꼽을 정도입니다.
왜일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다른 부위와 다르게 엉덩이 통증은 별반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 때문이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허리나 척추, 혹은 목이나 어깨 부위의 통증은 ‘병원에서 치료받자’라는 인식이 있지만, ‘무슨 엉덩이 통증을 가지고 병원을 찾아?’라는 생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입니다.
좌골점액낭염이란 엉덩이 부위 골반 아래 좌골(궁둥뼈) 조직인 ‘점액낭(관절을 감싸고 있는 얇은 막, 관절의 액체 주머니)’에 염증이 생기는 것을 말합니다.
점액낭에는 윤활액이 있어서 엉덩이 관절을 움직일 때 마찰이 생기는 것을 줄여주는데, 이곳에 염증이 발생하면서 좌골 신경을 자극해 통증을 유발하는 것입니다.
엉덩이 관절은 큰 근육이 양옆에 있어 체중을 받쳐주고 하체를 움직이는 원동력이 됩니다. 특히 고관절 부위에는 18개의 점액낭이 분포해 본인 체중의 3배, 달릴 때 10배의 하중을 견디는 든든한 역할을 합니다.
이곳에 염증이 생겨 문제가 생기면 일상생활에 큰 어려움이 따릅니다. 그뿐만 아니라 좌골점액낭염 증상을 방치하게 되면 점액낭에 더 큰 압박이 계속해서 가해질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관절수증(대관절 안에 물이 차 부어오르는 증상)이나 천장관절증후군(천장관절 주변 인대 손상으로 허리, 엉덩이 주변 통증을 야기하는 질환) 등 기타 2차 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좌골점액낭염은 평상시 오랜 시간 같은 자세로 오랫동안 앉아 있는 사람, 장시간 운전을 하는 사람, 의자에 오랫동안 앉아 있는 사람(직장인, 학생 등) 등에서 많이 발생합니다.
또, 엉덩이 부근의 근육층이 얇은 사람의 경우 엉덩이 쿠션 기능이 약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좌골점액낭염이 발생하기 쉽습니다.
그렇다면 좌골점액낭염은 어떤 증상이 주로 나타날까요?
이와 같은 증상이 있다면 좌골점액낭염을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이런 증상이 간헐적으로 반복되지만 일정 시간이 흐르면 앉을 때마다 이런 증상이 반복되기도 합니다.
환자에 따라 ‘엉덩이가 배긴다’는 표현을 하기도 하는데 이러한 증상은 앉아있을 때 집중적으로 나타났다가 일어서거나 움직이면 통증이 경감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분이 엉덩이 통증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방치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앉았을 때만 통증이 있고 그 외에는 별반 불편감이 없으니 ‘잠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증상’ 정도로 여기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좌골점액낭염은 더욱더 주의가 필요하고 무엇보다 조기 치료가 중요한 질환이라는 점도 꼭 기억해주시기 바랍니다.
좌골점액낭염으로 인한 엉덩이 통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가급적 앉아 있는 시간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사무직 종사자라면 책상 높이 조절이 가능한 스탠딩 책상을 활용해 앉아서 근무하다 엉덩이가 뻐근하고 불편할 때 서서 일하는 등 번갈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운전을 장시간 하시는 분들은 엉덩이 쿠션이나 조금 푹신한 방석 등을 덧대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만, 운전 중간중간 쉬면서 휴식을 취하고 가벼운 스트레칭을 꼭 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