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초반의 테니스엘보 주부 환자를 진료하면서 있었던 일화입니다. 평상시 그다지 운동을 좋아하는 편도 아니고 ‘테니스의 테 자도 모른다’고 멋쩍게 웃더니 저에게 이렇게 반문하더군요.
이 환자처럼 질환명에 따른 ‘오해(?)의 소지’도 있을 수 있기에, 다시 차근차근 설명을 드렸습니다.
테니스(혹은 배드민턴 등)처럼 팔 사용이 잦은 운동을 즐기는 분들의 경우 테니스엘보(Tennis Elbow)가 매우 흔하게 발견됩니다.
하지만 이 환자처럼 요리나 청소 등 집안일을 하면서 팔꿈치 바깥쪽(외측) 근육을 많이 사용하는 분, 그리고 직종으로 보면 컴퓨터를 많이 사용하는 IT 업계나 건축업 등에 종사하는 분에게서 발생 빈도가 높습니다.
테니스엘보는 의학적 용어로 ‘상완골 외측 상과염(lateral epicondylitis)’이라고 하는데, 손목을 펴는 근육을 반복적으로 사용하게 되면 외측 상과 힘줄이 손상될 수 있습니다.
테니스에서 백핸드 동작을 떠올리면 되는데 팔을 휘두르면 팔꿈치 바깥쪽 근육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이곳이 잦은 팔꿈치 사용으로 염증이 생기거나 혹은 근육의 미세한 파열 등 손상을 입게 되면 팔꿈치 바깥쪽 통증과 함께 물건을 들어올릴 때도 힘들어집니다.
팔꿈치를 90도로 굽혀 손목 위로 올리면 팔꿈치 바깥쪽 통증이 느껴지지만, 일상생활을 하면서 팔을 움직일 때도 통증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가령 행주를 짤 때 혹은 병뚜껑을 돌릴 때 팔꿈치 주변의 찌릿찌릿한 통증이 생기거나 손등이 위로 향한 상태에서 물건을 들어올리는 것이 힘들 수 있습니다. 물컵 등 가벼운 물건을 들어올리거나 주먹을 쥐는 것조차 힘들 만큼 통증이 심해지기도 합니다.
따라서 팔꿈치 사용이 잦은 분들은 테니스엘보예방을 위해 생활습관에 더욱 신경 써야 합니다.
가장 원론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가장 지키기 어려운 일이기도 합니다.
손목과 팔꿈치 근육을 반복해서 과하게 사용하는 것이 테니스엘보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이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앞에서 언급했던 주부 환자는 테니스엘보를 진단받고 나서 가족에게 ‘집안일을 쉬겠다’고 선전포고를 했다고 밝혔는데요. 이 환자가 다른 환자보다 치료 효과가 빨리 나타난 것은 아마도 팔꿈치 휴식 때문이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손목과 팔 근육을 많이 사용할수록 긴장도가 높아집니다. 평상시 손목부터 팔꿈치(특히 팔꿈치 바깥쪽) 부위가 뻐근하고 불편한 느낌이 있다면 그때 그때 스트레칭과 근력 강화 운동으로 팔 근육 긴장을 풀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1. 팔 뻗어 주먹 쥐고 손목을 아래로 꺾기
주먹을 쥐고 오른쪽 팔을 앞으로 쭉 뻗은 다음 손목을 아래쪽으로 천천히 꺾어줍니다. 이때 왼손바닥을 펴서 주먹 쥔 오른손 손등을 지긋이 눌러주어 팔꿈치 바깥쪽 힘줄이 당기는 느낌으로 스트레칭 합니다.(반대편 동작도 동일)
2. 책상 끝에 손목 걸치고 아래로 꺾기
책상 앞에 앉아 팔꿈치와 손목이 걸치도록 팔을 앞으로 쭉 뻗고 손등과 손가락 부위가 허공에 뜬 상태로 둡니다. 그 다음 책상 끝부분을 지지대 삼아 주먹을 쥐고 손목을 바닥 쪽으로 향하게 꺾어 스트레칭 합니다.(한쪽 팔씩 번갈아 하거나 두 팔을 동시에 뻗어서 동작해도 무방)
→ 이 동작이 익숙해지면 다음 동작을 응용할 수 있습니다.
응용1. 주먹으로 움켜쥘 수 있을 정도의 작은 공을 잡은 상태에서 2번 ‘책상 끝에 손목 걸치고 아래로 꺾기’ 동작을 반복합니다.
응용2. 약간 무게감이 있는 물건(생수병이나 가벼운 아령)을 쥐고 위의 동작을 반복합니다.
지금 알려드린 스트레칭과 응용 동작을 단계적으로 꾸준히 해나간다면 손목과 팔꿈치 근력을 강화하고 테니스엘보를 예방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두 가지 더 당부하고 싶은 것은
첫째, 테니스나 배드민턴 등 팔 사용이 잦은 운동을 즐기는 분이라면 반드시 정확한 기술을 익히시기 바랍니다. 나쁜 자세와 잘못된 동작의 반복이 자칫 관절 건강을 헤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둘째, 팔꿈치 통증이 있다면 무리해서 움직이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약한 통증일수록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계속해서 팔을 움직이는 분이 많은데, 그럴수록 통증 강도가 점점 세지면서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꼭 기억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