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 만점 시대, 요즘은 자신의 매력을 한껏 돋보이게 하는 패션 아이템들이 매우 많습니다. 나이와 상관없이 꾸미고 가꾸는 것은 참 멋진 일이지만, 만일 이것이 건강을 해치는 일이라면 한 번쯤 재고해봐야 할 문제입니다.
어제 저를 찾아왔던 40대 초반의 환자는 굽이 높은 신발을 즐겨 신는 의류업 종사자였는데, 20대 때부터 하이힐을 신어왔고 키가 작다는 콤플렉스 때문에 평상시 집에서 신는 슬리퍼도 7cm가 넘는 신발을 주로 신는 분이었습니다.
이 환자는 중등도의 발가락 지간신경종을 진단받았음에도 ‘절대 굽 낮은 신발은 신을 수 없다’는 뜻을 강경하게 밝히셨습니다. 의학적인 치료 외에 보조적으로 꼭 지켜야 할 생활관리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지요.
“선생님, 예뻐지려면 고통을 감수하라는 말도 있잖아요, 20년 넘게 굽 높은 신발만 신어서 그런지 낮은 굽을 신으면 자신감도 떨어지고 솔직히 남들 시선이 더 신경 쓰입니다. 그러니까 선생님께서 잘 치료해주시고 하이힐도 계속 신게 해주세요!”
그야말로 심각하게, 진지하게, 간절하게 말하는 환자 분을 보면서 ‘치료에 최선을 다하자’라는 생각과 더불어 ‘차선책의 생활 속 대안을 제시하자’는 두 가지 결론을 내렸습니다.
지간신경종이란 지간(발가락 사이)을 지나는 신경이 여러 가지 이유로 압박을 받아 과도하게 두꺼워지면서 염증과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입니다. 주로 2~3번째 혹은 3~4번째 발가락 사이에서 발생하며 발바닥 앞쪽 통증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입니다.
지간신경종은 대부분 전문의의 이학적 검사(시진, 촉진, 타진, 청진 등에 의해 환자의 이상 유무를 조사하는 검사)만으로도 진단이 가능하지만, 더 정확한 판단을 위해 초음파나 근전도, MRI 검사 등을 하게 됩니다.
잠시 지간신경종 진단에 대해 이야기하면, 초음파 검사 시 지간신경종이 보이지만 환자가 특별한 증상을 못 느끼는 경우도 절반에 가깝다고 보고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지간신경종은 약물 치료와 교정용 인솔(의료용 깔창) 등을 활용하거나 스테로이드 주사 치료 등을 먼저 시행합니다.
이 중에서 가장 단기간에 효과가 나타나는 스테로이드 주사(병변 내 국소 주사)는 몇 가지 재고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소위 ‘드라마틱한 효과’라는 표현을 쓰는데, 말 그대로 빠른 시간 내 즉각적으로 증상 호전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반면, 스테로이드 성분의 부작용(주사 맞은 부위가 하얗게 되는 탈색 증상이나 지방의 위축, 피부의 얇아짐 등) 위험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절대 남용되어서도 안되며 주사를 맞는 주기도 3개월 이상 일정 간격을 두어야 하기 때문에 보다 신중하게 결정해야 합니다.
이러한 치료는 어느 하나를 시행하는 것이 아니라, 병행/보완하면서 치료가 이루어져 통증을 경감하고 증상을 호전할 수 있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크기가 큰 지간신경종은 발바닥 앞쪽 통증이 매우 극심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중등도 이상이라고 판단되면 신경종 절제술 등 신경종을 제거하는 방법을 고민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 역시 신경종 제거 과정에서 주변 조직을 손상시킬 수 있어서, 최근에는 신경종에 가해지는 압력을 줄여주고 유착을 없애는 감압술을 많이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지간신경종을 치료하는 방법은 다양하므로, 환자의 정확한 상태를 파악하기 위한 검사와 진단 후 그에 맞는 가장 효과적인 치료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기에 하나 더 덧붙이면, 앞서 언급한 환자처럼 ‘하이힐을 포기할 수 없는 분’은 (*사실 지간신경종 환자들은 낮은 굽과 발 볼이 넓고 편한 신발을 신는 것이 치료와 더불어 증상 호전에 도움이 되는 부분이지만) 차선책으로 ‘슬기로운 하이힐 신는 법’을 대안으로 찾을 수 있습니다.
하나. 하이힐을 신되 발에 하중이 오랜 시간 집중되지 않도록 중간중간 앉아서 쉬어주기
둘. 휴식 시간에라도 잠시 하이힐을 벗고 발을 편하게 하기
셋. 짬이 날 때마다 발바닥 앞쪽을 중심으로 발 스트레칭을 하기
넷. 일과가 끝나면 따뜻한 물로 족욕 하며 부드럽게 발 마사지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