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헤벨의 단상: 바라봄(I see you)

무엇인가를 꾸준히 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인 듯싶다. 

글을 쓰고 싶어서  매일 조금이라도 글을 쓰고자 브런치를 시작했다. 그런데  몸이 아프다는 이유로, 바쁘다는 이유로 글을 쓰지 않은지 두달이 지나버렸다. 

   핑계라고 할 수 있겠다. 몸이 아팠다. 교만하게 너무 황당한 실수로 눈을 다쳤다. 눈이 다치니 머리도 아프고, 모든 사물이 명료해지지 않았다. 

평소에 세상을 온전히 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하고 그 순간이 감사한 일인지 눈을 다쳐보고 난 후에야 절실하게 느끼고 또 느낀다. 

세상을 명료하게 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할 일이며, 아파보니 나 자신의 오만함에 고개가 숙여진다. 


   오랜만에 쓰는 글이다.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김범준 저)라는 글에서 나오는 문구들로 간단하게 나 자신을 바라보고자 한다.                         

                   - 바라본다는 것의 의미 -                               

   영화 <아바타>는 재미만큼이나 그 철학적 깊이도 상당하다. 영화가 지향하는 인류의 생존 기반인 자연을 훼손해선 안된다는 생태적 메시지도 아름답다. 그러나 그 영화 속 “ I see you” 란 대사에 김범준 작가는 마음을 빼앗겼다고 한다. 이 대사는 주인공이 외계종족과의 사이에서 이해 혹은 포용의 징표로 사용된 일종의 인사말이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을 향한 외계 종족의 인사말은 “ 나는 당신을 봅니다”라는 말이었고 우리에게는 별의미도 없는 이 말과 행동이 영화 속에서 묵직한 화두로서 영화 전체를 이끌고 있다.  영화감독인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기자 간담회에서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대사 “ I see you” 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고 한다.  “ 나는 당신을 봅니다."라는 말은 단순한 지각이상의 의미가 있으며, 상대방에 대한 이해, 존경, 인정 등 다양한 뉘앙스가 함축된 것이라고 한다. ” 바람봄“의 힘은 위대하다. 바라볼 때 비로소 상대가 존재할 수 있게 되나지 않을까 싶다.  바라보지 않는 것은 상대의 존재를 무시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출처: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 김범준 저)

 

   나는 눈이 아프고 나서야 누군가를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 소중함을 느낀다. 아바타 영화의 외계종족과 주인공이 나눈 인사말 ” 나는 당신을 봅니다. “라는 대사는 현재 나의 상황에서 보면 누군가 쉽게 볼 수 있다는 것이 누군가를 그저 바라만 볼 수만 있다는 것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

불교에서는 눈부처라는 말이 있다고 들었다. 

누군가를 사랑을 가지고 바라볼 때 나의 모습이 상대방의 눈동자에 보이는 것이 눈부처라고 들었다. 이처럼 누군가를 존경과 사랑을 가지고 바라볼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바라봄의 힘은 대단하다. 

 

   딸아이가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다고 해서 밤늦게 아이스크림 가게로 향했다. 

아이스크림을 사가지고 엘리베이터에 타려고 하니 고등학생쯤으로 보이는 학생이 총알배송, 택배물품을 한가득 손에 들고 탄다. 내 손에는 아이스크림 한가득 든 봉지가, 누군가의 손에는 생계를 이어갈 택배물품이 한가득. 나의 손이 부끄러워 봉지를 뒤로 숨겨본다. 


   오랜만에 쓰는 글을 계속해서 쓸 수 있도록 나의 삶의 상황과 건강을 하나님께 기도해 본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 헤벨의 일상: 92세 작은아버지의 농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