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잠들기 전에 갑자기 편의점에서 파는 ' 후랑크 소시지'가 너무 먹고 싶어졌다.
남편에게 사다 달라고 했더니 ‘살찐다.’ 라는 말로 단칼에 거절당했다,
나의 게으름이 옷을 찾아 입고 편의점으로 달려가서 소시지를 사 오는 것도 허락하지 않았다
‘후랑크 소시지’ 상념을 뒤로하고 잠을 청했는데 머릿속에 소시지가 꽂혔는지
쉽게 가시지 않았다. 편의점 갈까, 말까의 널뛰기 결심 끝에 잠을 자기로 했다.
소시지 생각 때문인지 새벽 4시에 잠에서 깼다.
옷을 주섬주섬 갈아입고 만복이(반려견)를 데리고 집을 나왔다.
내가 직행한 곳은 GS25 시점, 새벽 4시 10분,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남학생이 졸고 있는
듯 싶었다. 위대한 후랑크 소시지 2개를 손에 집어서 돈을 지불하고 편의점에서
나왔다.
새벽공기를 맞으며 나는 후랑크 소시지를 먹으며 산책을 했다.
후랑크 소시지 한입 베어 먹으며 ‘나는 욕망덩어리’ 임이 자명하게 드러났다.
먹고자 하는 욕망을 지적 욕구에 쓰면 좋을 것 같다는 찰나의 생각이 들었지만
후랑크 소시지 맛이 더 이상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집과 학교를 오가던 매일 똑같은 일상 속에서 금일 새벽의 후랑크 소시지의 맛은
무슨 대단한 일상의 일탈 같기도 하다. 맛있었다. 새벽의 후랑크 소시지 맛이.
박웅현 작가가 ‘ 日常이 聖事 ’이다라는 말을 하셨는데 하루의 성스러운 무언가를 찾는 인생이 아니라 내게 주어진 하루하루를 성스럽게 만드는 인생을 사는 것이라고 하였다.
욕망덩어리인 헤벨은 종종 ‘내 삶은 왜?’ ‘ 나는 왜?’ ‘ 사는 게 뭐지 ’라는 상념에 빠져 헤매고 부조리함을 느끼지만 어찌하리. 인생은 원래 이렇게 부조리할 수밖에 없으며, 각자의 부조리를 견딜 수밖에 없음을
잘 안다.
오늘의 부조리한 삶을 견딜 수 있게 해 준 것은 헤벨에게 ‘새벽의 후랑크 소시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