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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벨의 단상: '모순'을 읽고 난 후


   이 주일 넘게 어떤 글도 쓰지 못했다. 학교 종합감사를 준비한다는 핑계를 두고 어떤 글도 쓰지 못했다.

 나에게 허락되지 않는 환경을 탓해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의지의 문제였다.

    삶이 모순덩어리 같다는 생각이 들 때, 양귀자 작가의 ‘모순’이라는 책이 눈에 들어왔다. 양귀자 작가의 글을 처음 읽어본다. 꽤 유명한 작가분이셨는데 나는 왜 몰랐을까 싶다. 늦게라도 양귀자 작가님의 글의 매력에 빠지게 됨에 감사할 따름이다. 


  이 주일 넘게 글을 쓰지 못했지만 양귀자 작가의 책 두 권을 섭렵했다. ' 모순'이라는 책의 마지막 글을 손에 놓고 가슴 떨림을 느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떨림이었다. 

안진진이라는 주인공의 시점에서 쌍둥이 자매인 엄마와 이모의 삶이 조명된다. 

너무도 치열하고 타인의 눈에 불행해 보이는 삶을 사는 엄마와 평온하고 삶에 걱정이 없이 행복해 보이는 이모의 인생을 통해 인생의 모순을 알게 되는 글이었다. 


우리들은 남이 행복하지 않은 것은 당연하게 생각하고 자기 자신이 행복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언제는 납득할 수 없어한다. 나의 인생에 있어 나는 당연히 행복해야 할 존재였다. 나라는 개체는 이다지도 나에게 소중한 것이었다. 내가 나를 사랑하고 있다고 해서 꼭 부끄러워할 일만은 아니라는 깨달음. 나는 정신이 번쩍 드는 기분이었다. 
   그랬다.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내가 내 삶에 대해 졸렬했다는 것, 나는 이제 인정한다. 지금부터라도 나는 내 생을 유심히 관찰하면서 살아갈 것이다. 되어 가는 대로 놓아두지 않고 적절한 순간, 내 삶의 방향키를 과감하게 돌릴 것이다. 인생은 그냥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전 생애를 걸고라도 탐구하면서 살아야 하는 무엇이다. 그것이 인생이다. 
 - 모순(양귀자 저) - 

    안진진이 자신의 인생을 흘러가는 대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어떤 시점에서 방향키를 과감하게 돌린다는 문장은 나에게 던져주는 질문 같았고, 너도 그렇게 해봐라는 하는 교훈 같았다. 

그랬다. 헤벨은  이렇게 하루하루 무의미하게 다람쥐 쳇바퀴 도는 것처럼 살아가서는 안 되는 것이었고, 위 상사로부터 받는 인간적인 무시 혹은 이유 없이 주어지는 업무 등으로 내 삶에 주인이 나라는 것을 잃어버려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나도 내 남은 생을 유심히 관찰하면서 내 삶의 즐거움을 찾아야 한다. 

모든 사람들에게 행복하게 보였던 이모의 삶이 스스로에겐 한없는 불행이었다면 마찬가지로 모든 사람들에게 불행하게 비쳤던 어머니의 삶이 이모에게는 행복이었다면 남은 것은 어떤 종류의 불행과 행복을 택할 것인지 그것을 결정하는 문제뿐이었다. 나는 내게 없었던 것을 선택한 것이었다. 이전에도 없었고, 김장우와 결혼하면 앞으로도 없을 것이 분명한 그것, 그것을 나는 노영규에게서 구하기로 결심했다.   
   그것이 이모가 그토록이나 못 견뎌했던 무덤 속 같은 평온이라 해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삶의 어떤 교훈도 내 속에서 체험된 후가 아니면 절대 마음으로 들을 수 없다. 뜨거운 줄 알면서도 뜨거운 불 앞에서 다가가는 이 모순, 이 모순 때문에 사람은 발전할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우이독경, 사람들은 모두 소의 귀를 가졌다.  - 모순(양귀자 저) -


    인간들 평균치로 보면 행복해 보였던 안진진 이모의 삶의 끝. 한없이 불행해 보였던 안진진의 어머니의 투쟁적인 삶에 대한 자세. 

     쌍둥이 자매의 삶에 투영된 인간들의 삶이 모순 덩어리일지라도 내 속에서 체험하고 겪어봐야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길임을 말해주고 있다. 모순이라는 소설에서는 말이다. 

   뜨거운 줄 알면서도 뜨거운 불 앞에서 다가가는 이 모순. 인간들이 모순 때문에 발전한다는 양귀자의 말에 공감하면서 책을 덮었다. 

   헤벨은 다짐해 본다. 부족한 필력이지만 끝까지 글을 써보겠다고.  살아가면서 내 삶을 탐구해 보겠다. 

살아가면서 글을 쓰면서 나를 성장해 보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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