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동안 헤벨은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는 듯하다. 여행 후 시차적응이 더디다.
오늘 점심 먹을 때쯤 등록되지 않은 핸드폰으로 전화가 왔다. 00 카드 택배기사라고 한다. 00카드를 고객님이 신청하셨는데 배송하고자 한다면 집에 계시는지 물어보는 전화였다.
“ 제가 00카드를 신청한 적이 없는데요?”
“ 아.. 이런 일도 다 있네요. 사모님의 개인정보가 도용된 것 같습니다. 그러면 제가 00카드 사고 접수 처리반에 말씀드려 놓겠습니다. 혹시 모르니 00카드 배송 송장 사진 찍어서 보내드릴게요. 그리고 사고 접수 처리반 전화번호도 메신저로 보내드리겠습니다. ”
무엇보다도 나는 당혹스러웠다. 나의 개인정보가 유출 및 도용되었다니 말이다.
바로 택배기사라는 분이 카드 배송 송장, 주소가 적힌 봉투 사진과 00카드 사고 접수 처리반 전화번호를 메신저로 보내왔다. 카드 배송 주소가 내가 살고 있도 시도가 아닌 서울시로 되어있었다.
아.. 정신이 아득해졌다. 누가 내 개인정보를 이용해서 카드를 발급받았나 보다.
정신없이 택배기사가 알려준 00카드 사고 접수 처리반에 전화하니 목소리가 너무도 상냥한 여자를 받았고 나의 이야기를 하니 너무도 자연스럽게 서울시 000에 사시는 분이 앱을 이용해서 제 이름으로 카드를 발급받았다는 것이며, 금융감독원에 신고해 주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아무래도 고객님 컴퓨터에 악성 앱이 깔려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악성 앱이 있는지 확인해 드리며 플레이 스토어 들어가서 팀퀵서포트 앱을 깔으라고 한다. 정신이 없던 나는 나도 모르게 플레이 스토어 들어가서 건너편 여자분이 말씀하시는 대로 플레이 스토어 들어가서 팀퀵서포트 라는 앱을 찾았다.
“ 그런데 이 앱이 뭐 하는 거죠?” 혹시 몰라서 물어보았다.
“ 원격제어 앱으로 고객님의 핸드폰에 악성 앱이 깔렸는지 확인해 드릴 수 있습니다. ”
목소리도 너무 낭랑하고 친절하게 답한다.
설치 버튼을 누르려는 찰나의 순간에 갑자기 50년 동안 살아온 촉일까?
‘이상하다. 다시 한번 이 상황을 정리해 봐야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이 앱은 제가 알아보고 설치할게요. 제가 금융감독원과 경찰서에 이 상황 알아보고 처리할게요"
갑자기 상담원의 목소리가 변한다. “고객님이 앱을 깔지 않으면 그 이후의 고객님의 정보 유출에 따른 불이익은 본인이 책임져야 합니다. ”라는 협박조의 말투
내가 알아서 하겠다. 경찰서에 바로 신고하고, 금융감독원에도 내가 알아보겠다.
하면서 전화를 끊었다.
그 이후, 나는 금융감독원 1332번에 수없이 전화 통화를 시도해 보았고,
지역 경찰서 사이버수사대 방문하여 보이스피싱 전화를 받았고, 그들이 보내온
메시지, 사진, 전화번호, 주소 등을 보여주면서 신고를 한다고 하였지만
직접적인 피해를 당하지 않아서 처리는 힘들고, 내가 전화받은 핸드폰 전화번호, 카드 송장에 적혀져 있는
서울시로 되어있는 주소지는 모두 가짜이며, 그들도 피해자라고 한다.
경찰관분이 ‘ 설치 버튼 누르지 않으셔서 다행입니다. 잘하셨습니다. “라는 말만 되뇐다.
보이스피싱 수법이 나날이 교묘해지니 조심하라면서 특히, 청소년들의 핸드폰에
원격제어 앱을 설치한 후에 자녀 카톡으로 부모님께 돈을 요구하거나 앱을 설치하는 수법이 있다고 한다.
보이스 피잉 예방 앱을 설치해 주신다. 나는 보이스피싱 당할 ’뻔 ‘ 한 상황임에도 극대노가 솟구치는데 보이스피싱 피해 입은 분들의 심정은 어떨까 싶다.
우리 인생에서 가장 견딜 수 없는 것은 모욕감, 외로움 및 박탈감도 아니고, 오히려 손해 보는 일이야말로 인생에서 일어날 수 있는 끔찍한 일이다.
나의 실수가 아닌 타인의 고의적이고 악의적인 수법과 의도에 의한 손해는 우리의 영혼을 뒤흔들 만큼 증오와 분노에 휩싸이게 한다.
현시대의 자본주의 시대에 자기 이익을 위해 살아가며, 성행하는 개인적인 믿음이기도 하다.
작금의 시대에 정보 통신이라는 유리막 너머에 모르는 타자로 인해 내가 겪게 되는 손해를 본 경험은
타인에 대한 믿음이 깨지며 개인의 자존심을 하락시키는 요인일 것이다.
누군가는 ” 어떻게 하면 보이스피싱을 당하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보이스피싱 당할 뻔한 나의 케이스로 보면 카드 택배기사의 카드 운송장이 표지 사진,
카드 사고 접수 처리반, 친절한 직원 목소리 등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을 경험할 수도 있다.
보이스피싱 당할 뻔한 헤벨은 이제 더 두껍게 타인과의 유리막을 쌓아 올려야 내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 싸인다.
누군가 우리 사회를 각자도생의 시대이니 타인과의 이해관계와 신뢰보다는 자폐적인 각자의 공간에서 잘 살면 된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헤벨은 타인과의 반투막 유리막을 걷어내고 서로 믿고 신뢰하는 사회를 소망한다.
집에 가서 보이스피싱 당할 뻔한 이야기를 내 편(남편)에게 했다.
” 최근에는 카드 배송을 택배기사가 하지 않고 노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동네 어르신들이 하시는 것 같던데“
" 나는 정말 이해가 안 간다. 그런 전화 오면 끊어버리지 왜 받고 있냐? 그리고 은행 대표전화번호는 02번이 아니라 1500으로 시작하잖아"
내편 이야기 듣고 있으면 나는 한심하고 바보 멍청이다.
오늘 계속해서 나 자신에게 내뱉었던 말들을 남편에게 듣고 있다.
보이스피싱 당할 뻔한 일도 심적으로 힘든데 내 편이 주는 무시, 모멸감으로 더 마음이 아픈 하루이다.
우리 인간은 모두 상처 입고 취약하다. 그래서 서로 의존하고 돌보며 살아가야 한다. 타인의 도움과 돌봄을 열등함 또는 무력함을 바꾸는 사회가 잘못된 것이다. 도움이 필요한 것은 열등한 것도 아니고 도움을 받는 것이 무력한 것도 아니며, 인간의 존엄은 인간의 상처와 약함을 서로 알아볼 수 있을 때 빛이 난다.
라고 남편에게 이야기하고 싶었으나 입을 그냥 닫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