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말들 '중에서 (은유 저)
이제 나는 확신에 찬 사람이 되지 않는 게 목표다. 확실함으로 자기 안에 갇히고 타인을 억압하지 않도록 조심하 고 싶다. 40대 후반이면 그걸 두려워해야 할 나이다. 글쓰기는 이런 거야. 사는 건 원래 그래라고 의심하기보다 주장하는 사람이 된다는 건 서글프다. 언제 잊었는지 모른 첫 사람처럼 순간 멀어졌던 그것. 무수한 사유의 새순을 피워 올리는 어정쩡함이라는 단어를 이 봄에 다시 내 것으로 삼는다. [출처: 다가오는 말들 중에서(은유 저)]
오랫동안 근무했던 직장을 몇 년 만에 다시 방문할 일이 생겼다. 몇 년 동안 다녔던 길이었기에 너무도 익숙했고 직장 주변의 샛길도 능숙하게 알고 있다고 자부해서 내비게이션 없이 자신만만하게 운전했다. 그런데 그렇게 익숙하게 다녔던 직장 건물 주위가 급속하게 재개발되어서 옛 직장을 찾지 못하고 계속 맴돌다가.. 마침내 내비게이션을 켰다.
'아.. 익숙한 것의 함정에 빠졌다. 오만하게 나 자신을 확신했다. '
단순한 길 찾기가 아니어도 사람 관계 든, 일적인 면에서든 너무 확신에 찬 사람과 목소리가 큰 사람은 괜히 가까이하기 싫다. 아는 듯 모르는 듯, 약간 어정쩡함 사람 옆에 있고 싶다.
하지만... 나의 직장에는 잘난 사람들, 목소리 큰 사람들이 너무 많다. 그들 사이에서 나는 점점 작아지고 있다.
목소리를 크게 내려고 하려면 흥분부터 하는 나는 말을 두서없이 말을 한다. 말로는 사람들에게 항상 진다.
난 말을 참말로 못 한다. 그래서 나는 글 쓰는 게 편하다. 글로 그들과 대적하면 조금 나으려나.. 글도 아닌 것 같다.
나는 이 봄에는 너무 똑똑하지 않으며 아는 듯 모르는 듯 '어정쩡한 사람'이 되고 싶다. 옆에서 누군가 나에게 말하는 것 같다.
' 너는 지금도 충분히 어정쩡하다고..'
쫓김의 불안보다 소모됨의 불행이 컸다. 퇴근 후 독서와 집필이 힘에 부쳤다. 감정의 수문이 열릴까 봐 음악을 줄였다. 영화 관련에도 소홀했다. 반응 기회를 잃어 감에 따라 감응 능력도 퇴화했다. 도식화된 문서를 생산하며 관료적 언어에 길들여졌다. 돈이 들어오는 대신 체력, 생각, 감각, 음악, 언어, 몽상, 눈물같이 형체 없는 것들이 서서히 빠져나가고 있었다.
[출처: 다가오는 말들 중에서(은유 저)]
퇴근 후 내가 하는 일은 독서와 집필도 아닌 배달 앱으로 저녁식사 메뉴를 고르는 것이다. 직장 생활을 한다고 하는데 나는 돈도 다 써버린다. 삶을 유지하기 위해 일을 하고 그 대가로 돈을 받고 있지만 나의 꿈, 생각, 설렘, 감정, 눈물도 없어지고 나는 돈도 잘 모으지 못한다.
은유 작가의 위 문구가 현실적인 지금의 나를 보여주는 것 같다.
행복이라는 것을 찾아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하고 있지만 삶은 고통이라는 염세주의 쇼펜하우어의 입장에 오늘은 서고 싶다. 쇼펜하우어는 " 삶은 시계의 추처럼 고통과 권태로움 사이를 왔다 갔다 한다"라고 했다. 그는 인간은 무엇인가를 추구하려는 맹목적인 의지를 가지고 있으며, 맹목적인 의지가 곧 '욕망'이라고 하였다. 인간은 한 가지 욕망이라는 것이 채워지면 다른 더 큰 욕망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 같다. 쇼펜하우어는 욕망이라는 샘은 마시면 마실수록 더욱 목말라지는 것이라고 하였다.
그래서 쇼펜하우어는 우리 삶이 고통스러운 이유는 이러한 욕망이 채워지지 않기 때문이며, 또한 욕망이 충족되더라도 그 행복감은 오래 지속되지 못하고 권태로움에 빠지게 된다고 한다.
그러면 우리 인간이 추구하는 행복이라는 것은 고통과 함께하는 동전의 양면 같은 것인가?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 세상적인 성공 등은 욕망에 불구하며 욕망이 채워져 느끼는 행복감은 잠깐이며 권태로움으로 다시 새로운 욕망을 찾아 헤매는 것인가?
쇼펜하우어의 말에 의하면, '인생이라는 것은 욕망이라는 것을 찾아 헤매고 그러한 욕망이 채워지지 않은 고통 속에서 살아가지만 우리가 찾은 욕망이 채워지는 순간이 곧 행복이지만 행복의 순간은 오래가지 못하고 권태로움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권태로움을 탈출하기 위해 인간은 한 단계 높은 욕망을 추구해 간다는 것이다. '
욕망 속에서 피어나는 잠깐의 행복, 그 뒤에 오는 권태로움, 다른 차원의 욕망.. 다른 차원의 행복, 권태로움. 쇼펜하우어가 말하는 인생의 알고리즘인가?
쉽지 않은 인생이라는 알고리즘, '욕망이라는 전차'를 타고 나는 오늘도 인생이라는 철길을 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