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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reaSeJin 코리아세진 Sep 08. 2018

2016년 1월, 건명원에 뛰어들다.

건명원 2기 서류전형 도전기 - 2

앞선 글에서 말했던 것처럼, 건명원의 1차 서류전형에서는 보통 두 가지 질문을 물어보고 있다. 이번에는 두 번째 질문을 곱씹으며, 마구 내뱉어봤던 내용이다. (이불킥...)


2. 대한민국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합니까? 본인은 어떤 역할을 어떻게 하려 합니까


□ 개인 : 거울을 안으로 돌려라

 지난 9년 간 군 생활을 하며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많은 상황을 겪으며 개개인이 지닌 ‘자아’와 그것을 인식하는 ‘거울’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원래 우리의 자아는 그 자체로 찬란히 빛나고 순수하고 완전한 그 무언가 입니다. 그런데 살아가면서 겪는 욕망․허위․만족 등의 갖은 요소들이 자아를 둘러쌉니다. 껍데기를 벗겨내고 자아와 만나 그것의 의지를 따르는 것은 일생의 과제가 됩니다. 하지만 그런 방법을 배운 적 없는 우리는 갖가지 껍데기를 자아로 착각하고, 거울에 비친 추악한 모습으로 인해 거울을 바깥쪽으로 돌리게 되면서 삶의 갈등과 고뇌 그리고 애환이 시작됩니다. 

 대한민국의 각계각층에 만연한 불통(不通)은 끝없는 불신을 만들어냅니다. 소통의 가장 큰 적은 불통이 아니라 소통하고 있다는 착각입니다. 바깥을 향한 거울을 안으로 돌려서 착각의 껍데기에 가려진 자아를 만나야 합니다. 

 우리는 타인의 흠집을 찾고, 사사건건마다 남 탓하기 바쁩니다. 서로를 못 잡아먹어 안달 나고 음모론까지 성행합니다. 타인을 향한 거울을 안으로 돌려서 무책임과 남 탓의 껍데기에 가려진 자아를 만나야 합니다. 

 정부․기업 등의 조직마다 해바라기가 넘쳐납니다. 해 이외에는 아무것도 보지 못하는 해바라기는 머리가 비대해져서 축 쳐진 뒤에야 만물의 존재를 깨닫습니다. 거울을 안으로 돌려서 위만 바라보는 가식과 허위의 껍데기에 가려진 자아를 만나야 합니다.  

 훌륭한 생각과 말씀이 넘쳐나고 그것을 쉽게 접할 수 있지만 정작 행동은 그것을 따라가지 못합니다. 거울을 안으로 돌려서 멘토와 힐링을 갈구하는 것의 무의미함을 깨닫고, 이미 각자가 지닌 자아를 만나야 합니다. 그러면 자아는 스스로의 온전함으로써 우리를 치유하고 이끌어 줄 것입니다.

 거울을 바깥으로 돌린 제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인물이 없음을 탓하면서 저와 다른 생각은 무시하기 바빴습니다. ‘인물이 없다고 탓하는 그 자신이 왜 인물이 될 공부를 하지 않는가!’ 라는 안창호 선생의 말씀은 머리를 강하게 내리쳤습니다. 용기 내어 거울을 안으로 돌리자 남 탓하고, 공부를 게을리 하고, 겉 멋든 껍데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복무 중에도 독서․여행․사색을 하면서 자아를 만나고자 절박하게 노력했습니다. 깊이 숨어있던 자아는 생각과 말과 행동을 일치시키며 살아가라고 속삭였습니다. 그리고 저는 5년차 전역을 결심하고 치열하게 주경야독해왔습니다. 


 대한민국의 개개인은 바깥으로 놓인 거울을 안으로 돌려서 자아를 만나야 합니다. 자아의 사명을 이루고자하는 주체적 개인이 많아지고 그들의 관점이 사회 곳곳에 비춰지게 되면, 가정과 직장은 물론 우리 대한민국은 더욱 크게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될 것입니다.


  

□ 대한민국 : 샌드위치를 넘어 돌솥비빔밥이 되어라.

 2015년 8월 북한군의 포격도발 이후 지속된 군사대치상황에서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던 어느 날, 꿈속에서 ‘샌드위치’라는 단어가 뇌리에 스쳤습니다. 희미해지는 꿈을 붙잡고 곰곰이 생각하다보니 대한민국은 거의 모든 분야에서‘샌드위치’상황이라고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다양한 분야에서의 샌드위치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원리는 매일 보는 태극기에서 떠올렸고, 대한민국 특유의 뜨거운 애국심과 열정으로 버무린 ‘돌솥비빔밥’이 바로 그 해답이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국가안보는 위아래의 되바라진 어깨들(북한, 일본)과 좌우의 거대한 덩치(중국, 미국)들의 틈에 끼어서 아슬아슬한 상황입니다. 미국의 전략이익이 우리의 그것과 일치해서 굳건한 동맹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적도 없는 국제관계의 냉혹한 진리 앞에서 우리의 앞날은 예측불가능하고 위태롭습니다. 또한 북한의 재래식전력과 비대칭전력의 틈에서 우리 군은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안보는 내외부에서 샌드위치 상황에 놓여있습니다.

 경제는 선진국과 중진국의 틈에 끼어 있습니다. 경제를 이끌어 갈 청년층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는데 노년인구는 많아지고 출산율은 세계에서 가장 낮아 경제활동인구는 곧 줄어들기 시작합니다. 강성노동단체와 정부․회사의 틈에 대다수 노동자들은  끼어있습니다. 자유민주주의를 지탱하는 중산층은 재벌․부유층과 빈곤층의 틈에서 사라져가고, 경제는 매년 성장하는데 노동생산성은 높아지지 않고 분배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빈부격차는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경제정책주체는 시장자유와 복지증대의 틈에 끼어 흔들립니다. 전세와 월세의 틈에서 부동산시장은 혼란스럽고 가계부채는 폭증하여 이자부담도 커지고 있습니다. 경제대국들은 각자의 상황에 따라 일관성 없이 각개약진하고 그 틈에 끼인 대한민국은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내수와 수출은 어려워지고 미래 먹거리 기술은 다른 나라에 뒤처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경제도 내외부에서 샌드위치 상황에 놓여있습니다. 

 민족의 숙원과제인 한반도통일은 막대한 비용과 무관심의 틈에서 그 명분과 당위성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민주가치에 반하는 역사국정교과서와 분단 현실에서 민족사의 정통성을 세우는 데에 한계가 있는 역사검인정교과서의 틈에서 국론은 분열되고 있습니다. 대학입시에 있어서 고등학생과 그 가족은 내신․수시모집․정시모집의 틈에서 3년을 허덕이고, 공교육과 사교육의 틈에서 학생들은 천편일률적인 인재로 키워집니다.  대학교는 상아탑과 직업훈련소의 틈에서 역할갈등을 겪고 있습니다.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과 국회의 입법 활동은 언론의 입맛에 맞춰 전달되고,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불만은 커져갑니다. 각종 사회 현상 역시 언론에 의해 편집되어 전달됩니다. 의료분야는 한방과 양방의 기득권 다툼에 국민의 의료비 지출은 증가하고 그 편익은 늘지 않습니다. 인공지능과 각종 기술이 발달하며 인간생활은 편리해지는데, 인간저능현상은 더 심해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대한민국 사회, 교육, 언론, 기술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샌드위치 상황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서로의 가치와 관점이 모순되고 부딪히는 샌드위치 상황은 단순한 현상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 즉 구조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그 구조를 개혁하여 문제해결의 물꼬를 트는 것은 바로 정치입니다. 대한민국 정치는 여당과 야당이 지닌 기득권의 틈에서 신진세력이 발 들일 여지가 없습니다. 또한 여야 안에서도 각종 계파가 난무하며 자중지란(自中之亂)합니다. 정치에 대한 피로가 높아진 국민은 정치 자체를 환멸하고 관심을 끄게 됩니다. 그들만의 리그가 된 정치로 인해 각종 사회모순은 계속되고 국민들은 다시 피해를 입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문제해결사가 되어야 하는 대한민국 정치는 여느 분야보다 더 고질적인 샌드위치 상황에 놓여있습니다.  

 정치를 이끄는 것은 철학입니다. 국가구성원 개개인의 철학은 차치하더라도 국가의 철학이 양극단으로 나뉘어 있고, 국민 모두가 공감하고 바라볼 수 있는 철학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국가철학마저 샌드위치 상황에 놓인 우리에게는 샌드위치를 넘어설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합니다. 바로 태극기에 실마리가 있습니다. 태극기에는 음양의 조화와 목화토금수가 어울려 천지만물을 움직이는 오행의 원리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음양오행의 원리처럼 서로 다른 것들이 한데 어우러지는 전통음식 비빔밥이 해결책입니다. 그 비빔밥의 재료는 바로 샌드위치의 틈에 끼어있는 ‘속살’입니다. 속살은 기득권․이념․사상 등의 다툼에서 보다 자유로운 청년세대와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그런데 비빔밥만으로 샌드위치 상황을 넘기엔 뭔가 부족합니다. 스포츠 경기를 할 때마다 세계를 놀라게 하는 애국심과 열정, IMF를 이겨내고자 장롱 속 금 한 돈까지 국가를 위해 내놓던 그 애국심과 열정, 사분오열하다가도 중대한 순간에 어느 나라도 흉내 낼 수 없는 그 애국심과 열정은 대한민국을 잘 익은 돌솥비빔밥으로 만들어 줄 수 있는 소프트파워입니다.   

 대한민국의 ‘위대한 속살’들을 서로 어우러지게 하는 국가철학에 따라 정치가 이뤄져야 합니다. 그래서 대한민국에는 주체적으로 사는 가운데 사회현상을 두루 통찰할 수 있고 거국적인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속살 지도자’가 많이 만들어져야합니다. 


 따라서 대한민국 개개인은 거울을 안으로 돌려서 자아를 만나고, 대한민국은 샌드위치 상황을 넘어서 비빔밥이 되어야 합니다. 그것도 그냥 비빔밥이 아니라 애국심과 열정으로 잘 익은 돌솥비빔밥이어야 합니다. 우리가 해낸다면 마찬가지로 샌드위치 상황에 처한 세계 각국과 인류에게도 밝은 빛이 될 것입니다.


□ 나 : 많이 깨지고 넘어지고, 거기서 다시 태어나라.

 대한민국은 철학을 가벼이 여겨서 가치를 잊었고, 역사를 잊어서 나아갈 방향을 잃고 있습니다. 내분외환(內紛外患)의 위기에도 잔파도의 일렁거림에 집중할 뿐 불어오는 바람을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류역사는 위기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국가는 그 존립이 어려웠다는 진리를 우리에게 가르쳐줍니다. 거의 모든 분야에서 샌드위치 상황에 놓인 현실을 우리 스스로가 극복하지 못하면, 선조들이 겪은 치욕의 역사를 반복하게 되고 후대에게는 훌륭한 반면교사(反面敎師)로 남을 것입니다. 


 이런 대한민국의 현실은 전역하고 사람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한의사가 되어 대한민국을 위하고자 2016학년도 대수능까지 치른 제게 또 다른 길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지금 저는 어디로 가야하고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 안개 속 경계에 서 있습니다. 하지만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에 나온 “모든 것의 시작은 흐리고 어렴풋하지만 끝은 그렇지 않다.”라는 말처럼, 한결같이 꾸어온 꿈을 끝내 이룰 것입니다. 

 2월 29일 전역 이후에는 집필해 온 원고를 마무리 하고 출판하여 국가에 보탬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더욱 폭넓고 깊은 독서활동과 다양한 문화 활동을 하며 우리의 미래를 이끌어 갈 영감을 생각해 낼 것입니다. 군인으로 지내오는 동안 홀로 고민하고 고뇌해온 부분이 많습니다. 하지만 ‘덕은 외롭지 않고 반드시 이웃이 있다.’(德不孤 必有隣)는 논어의 한 구절처럼 ‘뜻’을 품은 사람들을 만나고 연결하며, 의식의 한계를 넓히고 사유의 기존 틀을 훌쩍 뛰어넘고 싶습니다. 우리세대가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야 할 시대정신과 국가철학의 기반을 탐색하고 다지는 첫걸음을 건명원에서 내딛겠습니다. 


 “천하를 노리는 자는 많은데, 진정 걱정하는 사람은 없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도쿠가와 이에야스에게 한 말이라 합니다. 그리고 일본 메이지사상의 선구자 요시다 쇼인은 그의 사숙인 쇼카손주쿠에서 이토 히로부미 등의 걸출한 인재를 많이 키워냈습니다. 그들을 넘어서는 인물은 대한민국의 건명원에서 나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국민으로서, 또 군인으로서 대한민국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하며 살아왔습니다. 씨앗과 알은 그 껍데기를 깨야 생명을 가질 수 있듯이 저 역시 많이 깨지고 넘어지겠습니다. 그래서 대한민국 국군전사를 넘어서 창의(創意)정신으로 무장한 건명원의 전사로 다시 태어나겠습니다. 


                                                                                                                  - 2번 질문 끝 -



> 이렇게 두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제출한 그날 저녁, 나는 돌솥비빔밥을 먹었다. 그리고 며칠 뒤 1차 전형에서 합격통보 문자를 받게 됐다.  

> 한편, 2016년 당시 문제의식을 가졌던 "요시다 쇼인"이란 인물이 있다. 일본어는 물론이고, 일본역사에 대해서는 일자무식이었던 나는 이 인물을 연구하기 위해 사력을 다해 뛰어들었고, 2018년 8월 15일(광복절) [요시다 쇼인 시대를 반역하다]를 출판하게 됐다. 

요시다 쇼인, 시대를 반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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