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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reaSeJin 코리아세진 Nov 08. 2018

또복이의 탄생과 아빠의 입원

2017년 11월 20일의 단상


 지난밤, 새벽녘, 깊이 잠들어 있는 시각. 어디선가 희미하게 진동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업무를 하는 꿈을 꾸고 있었고, 꿈 속에서 레이니스트의 누군가가 구글문서 공유를 요청한 건지, 아닌지 긴가민가해 하고 있었다. 끊이지 않는 진동소리에 문득 번뜩이는 생각이 스쳐지나갔고 깜짝 놀랐다. 


 그랬다. 누나의 다급한 전화였다. 엄청난 고통에 시달리는 목소리로 다급하게 “엄마, 빨리, 부산, 나오고 있어.” 라고 하곤 끊었다. 엄마와 나의 핸드폰을 확인해보니 20여분 동안 각각 10통, 5통의 부재중 전화가 와 있었다. 곤히 주무시고 계신 엄마를 깨워, 짐을 급히 챙기고, 서울역에 모셔다 드렸다. 그리고 엄마가 급히 부산으로 내려가던 시간에 두 번째 조카, ‘또복이’가 태어났다. 


 잠을 자지 못했던 나는 반차를 신청하고 10시까지 자다가 일어났다. 오후 3시, 아빠가 병원에 입원 하셨다. 몇 개월 전부터 배/허리/어깨 등을 아파하시고, 명치부근에서 무언가 딱딱한게 만져졌다. 암이 의심된다. 


 보호자 자격으로 병원에 찾아가 입원동의서명을 하고, 몇 가지 물건을 챙겨드렸다. 그리고 갖게된 대화의 시간... 어려서부터 가져온 아빠의 ‘상’을, 없애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아빠의 인간적인 한계를 느끼고, 마주하기 싫은 현실에서 도피할 수도 있었으나,,, 나는 앞으로 나아가기로 결심했고 이겨내려 했다. 


 극단적으로 상반되는 일이 함께 한 하루다. 이게 인생이려나! 내 앞에 어떤 시련과 고난이 닥치더라도, 스스로 무릎 꿇는 일은 없을 거다..


 아빠와 이야기를 나누며 이제까지의 삶을 매듭짓고 다시 나아갈지, 아니면 아예 끝낼지,,, 결정되는 타이밍인 걸 서로가 직감했다. 아빠는 되레 마음이 더 편해보였다. 내 마음 한켠으론 아쉬움도 있었다. 미리 스스로, 스스로의 인생을 얽어매온 굴레를 넘어섰다면 오늘의 모습은 어땠을까...


 태어난 뒤로 가장 친한 친구였고 뜨겁게 사랑하고 살을 비벼온 아빠를 병실에 남겨두고, 집에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순간, 갑자기 등 뒤쪽부터 볼따구까지 짜리릿 하는 느낌이 올라오더니 눈앞이 뜨겁게 가려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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