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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Jin Pak Jan 13. 2021

20210112 한 줄 일기

밤에 추리소설 금지. 살인사건은 더 금지.

소복소복 흩날리던 눈이 오후부터 펑펑 몰아쳐 내리기 시작했다. 폭설과 어울리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하쿠바 산장 살인사건>을 집었다.

어차피 할 일도 없고, 오늘 이 소설을 끝장내리라.


살인 사건이 일어난 산장은 오늘처럼 눈이 많이 오는 설산의 인적이 드문 곳에 있다.

미스테리하게도 2년 전부터 산장에서 특정 시기에 사람이 죽는 사고가 일어난다. 그리고 주인공은 그 사건이 자살이 아니었음을 조금씩 파헤치는데..


소설에 빠져서 읽다 보니 창문 밖이 껌껌하다. 주인공에 진실에 다가갈수록 범인이 주인공을 해코지할까 봐 괜히 겁이 난다. 내 방이 소설 속 산장에 있는 느낌이다. 창문 밖에서 범인이 날 지켜보고 있는 거 아냐? 무서워서 커튼을 친다. 밖에서 볼 틈이 없도록 꼼꼼히 친다.

새벽 한 시.

불 끄고 요가하고 자야 하는데 불을 끄기가 무섭다.  

용기 내어 불을 꺼보지만 이불속에서도 내 정신은 말똥말똥하다.


무서운 이야기도 아닌 추리 소설에 과몰입하는 쫄보가 여기 있다.

다음부턴 자기 전에 추리소설 금지.

하나 더, 살인사건은 밝을 때만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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