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ejin Jeung Jan 19. 2018

서니브룩의 레베카를 떠올리며

지금 읽으면 찜찜한 성장소설

나는 지경사에서 나온 소녀 소설 시리즈를 읽고 자란 세대이다. 

그 중에서 '빨간머리 앤'과 유난히 비슷해 기억에 남은 작품 하나가 바로 

미국 작가 위긴이 지은 '서니브룩의 레베카'이다. 

가난 때문에 이모 집에서 살아가게 되는 레베카가 엄격한 미란다 이모와 

크고 작은 갈등을 겪으며 숙녀로 성장한다는 것이 주 내용이다. 

그런데 지금 와서 이 작품이 찜찜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주인공인 레베카가

감정이입의 대상이 되기에는 다소 '공주' 기질이 강했기 때문이다. 

그림 잘그리고, 노래 잘하고, 얼굴도 예쁜 레베카는 전학오자마자

학교의 히로인이 된다. 엠마라는 절친도 그곳에서 만난다.

빨간머리 앤의 앤은 적어도 초반부에는 열받으면 뚜껑 열리는 

철없는 구석도 있고, 길버트를 끝까지 용서 못하는 등 크고 작은 단점이

오히려 보통 사춘기 소녀들의 공감을 끌어낼 수 있다. 

그에 비하면 지나치게 완벽한 레베카의 모습은 비현실적으로 보인다.  

특히 불편했던 부분은 엠마와의 관계를 묘사하는 대목이다. 

둘의 관계는 동등한 우정이라기보다 오히려 '공주와 무수리'에 가까워 보인다. 

레베카와 같은 고등학교를 가지 못한 엠마는 병까지 들고,

재시험을 통해 겨우겨우 레베카네 학교에 입학한다. 

그리고는 레베카와 함께 학교를 마치고 싶다는 이유로 졸업이 아닌 수료를 한다. 

(부모님이 비싼 학비 대주신 건 생각 안하냐?)

이모집 형편이 어려워지면서 레베카가 졸업식에 한랭사 드레스를 입기로 하자

자기도 최신 유행 옷을 마다하고 레베카와 같은 옷을 입는다. 

이쯤 되면 무수리들 거느리고 다니는 순정만화 공주캐가 연상된다. 

엠마는 자존감이 없는건가, 아님 레베카교 신도쯤 되는건가...

알라딘 아저씨, 아담 레드와의 관계도 지금 관점에서 보면 '키잡'에 가깝다.

비누 300개 사준거야 딱해서 그렇다고 치는데 겨우 한번 만난 소녀에게

값비싼 산호 목걸이를 사주는 것은 그닥 순수한 동기로 읽히기 어렵다. 

결국 마지막 부분에서 청혼을 암시하는데 참....

작가는 이쁘게 커서 돈많은 남자 잡으라는 얘길 하고 싶었던 건가...

암튼 당시에도 여러 모로 공감하기 어려웠던 작품인데 

그시절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를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어머니가 어머니다우려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