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팅 프로젝트> 매거진은 건어물녀였던 제가 적극적으로 연애하기 위해 노력했던 3개월 동안 만난 사람들과 느낀 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데이팅 프로젝트를 시작한 지 3개월째 되니 첫 데이트에 대한 나름의 노하우가 생겼다.
1. 외모는 꾸미되 성격은 꾸미지 않는다
외모가 뛰어날 필요는 없다. 나도 그렇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외모를 합격/불합격으로 나누는 것 같다. 상대의 외모 취향을 모른다면 최대한 합격할 확률이 높게 외모를 꾸미고 나가면 좋지만, 성격은 꾸미지 않는 편이 좋은 것 같다. 어차피 연애를 시작하면 성격은 드러나게 돼 있으니 처음부터 드러내고 내 진짜 성격을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은 거르는 게 효율적인 것 같다.
그리고 일부러 착한 척하거나 웃지도 않았다. 인위적으로 친절하게 대하지도 않았다. 웃긴 이야기가 나오면 웃고 관심 있는 이야기가 나오면 귀 기울였다. 이상하게 이렇게 행동하니 훨씬 성공률이 높아졌는데 나중에 여기에 대한 학계 실험에 대해 읽었다. 데이트를 할 때 처음부터 끝까지 잘 웃는 사람과, 전반엔 웃지 않다 후반엔 웃는 사람과, 전반엔 웃고 후반엔 웃지 않는 사람과, 전혀 웃지 않는 사람을 실험했더니 전반엔 웃지 않다 후반에 웃는 사람의 호감도가 가장 높게 나왔다고 한다. 그 이유는 항상 웃는 사람은 원래 성격이 그렇다고 인식하지만, 전반엔 차갑다 후반엔 웃는 사람은 자신과 잘 맞아서 상대의 태도가 바뀌었다고 생각하게 돼서 라고 한다.
2. 첫 데이트에 하지 못할 대화는 없다
뻔한 대화를 하면서는 상대방에 대해 알 수 없다. 처음부터 깊은 대화를 하면 이 관계가 오래 지속할 만한 관계인지 아닌지 미리부터 감을 잡을 수 있다. 오히려 사람들이 대화하기 꺼리는 주제, 예를 들어 종교나 정치정 성향 같은 것들부터 이야기하는 게 시간 낭비를 줄이는 방법인 것 같다. 친구나 지인 간에는 굳이 서로 얼굴을 붉힐 만한 대화를 할 필요가 없지만 연애를 전제로 하는 만남에서 서로 가치관이 잘 맞는지 확인하는 건 빠르면 빠를수록 좋은 것 같다.
3. 한 발자국 떨어져서 지켜본다.
한 사람을 만나서 그 사람을 지속적으로 만나고, 그 사람에게 집중하면서 그 사람과 나를 맞춰 보았던 예전에 했던 연애 방법보다 여러 명을 분산해서 만나니 한 명한테 너무 집중하거나 매료되는 일이 없어서 더 객관적인 판단을 할 수 있었고, 내가 어떤 성향을 선호하는지도 알 수 있었다. 이렇게 사람을 물건 고르듯이 만나본 게 그리 자랑스럽지는 않지만, 연애와 담을 쌓고 살았던 나를 연애 세계에 노출하기 위해서는 좀 극적인 변화가 필요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동반자를 찾는 과정의 기반이 되는 연애를 깊이 탐구하기 위해 하나의 틀에 국한되지 않고 여러 가지 시도를 한 걸 후회하지 않는다.
데이팅 프로젝트 중 얻었던 노하우는 또 다른 중요한 첫 만남인 면접에서도 똑같이 적용됐다. 정말 긴장되는 자리이지만, 면접에서도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주고, 민감할 수도 있는 진실된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항상 ‘나를 안 뽑으면 이 회사 손해다’라는 생각으로 당당하게 행동했다. 면접관과 빨리 친밀해질 수 있어서 합격률이 높아졌다.
수많은 데이트에 나가면서 잘 모르는 이성과 대면하는 것에 익숙해지고 편안해졌고, 전에는 자신이 없었던 연애를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여성스러운 척’을 하지 않아도 내가 충분히 매력적인 사람이고,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처럼 행동할 필요가 없다고도 생각하게 되었다. 3개월을 끝으로 더 이상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지 않기로 결심했다. 3개월 동안 만난 사람들 중 서로 마음에 들어서 여러 번 데이트했던 서너 명 만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