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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준희 Oct 26. 2020

연인 간의 소통을 도와주는 '주간 연인 회의'

남편과 나는 둘 다 소위 '보통이 아닌 성격'이고 혼자 있으면서 마음대로 하는 게 편한 성격이다. 그런 우리가 오래 만날 수 있었던 건 '주간 연인 회의'를 하면서 소통한 덕분인 것 같다. 





작은 것이 쌓여서 폭발하는 싸움을 막아주는 '주간 연인 회의' 


작은 잘못들을 그냥 넘어갔다가 나중에 활화산이 돼서 폭발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작은 걸로 큰 일을 만들긴 치졸하니까 그냥 넘어가자'라는 좋은 의도로 넘어가지만 결국 폭발해서 넘어가지 않느니만 못한 결과로 번지게 된다. 우리도 이런 일이 많아서 이걸 방지하기 위해 <주간 연애 회의>를 했다. 매주 금요일 저녁에 정해진 시간에 전화를 하거나 만나서 이번 주에 상대방에게서 마음에 들었던 3가지와 마음에 들지 않았던 2가지를 나누고, 왜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개선해야 좋을지 의논했다. 



상대방이 어떤 포인트에서 화가 나는지 사전에 캐치할 수 있다


작은 문제 말하기의 가장 큰 장점으론 큰일이 일어나기 전에 상대방이 어떤 포인트에서 기분이 나쁜지를 캐치하기 쉽다. 회의 시간에는 무조건 뭐라도 말해야 하므로 작은 거라도 주저하지 않고 "이건 진짜 별거 아닌데.." 하면서 운을 뗄 수 있었고, 큰 문제로 번지기 전에 미리 상대방에게 경고하고 방지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졌다. (막상 회의 시간이 돼서 생각이 안 날걸 대비해서 미리미리 주중에 적어놓기로 했다.) 


한 사람이 별생각 없이 하는 행동을 상대방은 기분 나쁘게 받아들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나는 어떤 물건을 새로운 자리에 두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해서 옮길 때가 있는데 남편은 내가 물건을 원래 있던 자리에 두지 않으면 자신을 배려하지 않는 것 같아서 화가 난다고 한다. 그리고 나는 남편이 피곤한 채로 집에 들어와서 핸드폰만 보고 있으면 나를 배려하지 않는 것 같아서 화가 난다. 이런 문제들은 큰 문제는 아니지만 상대는 기분 나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들이었다. 그렇게 의논하다 보면 반복되는 문제들이 있었고, 반복되는 문제들부터 집중적으로 고치려고 노력했다. 



원활하게 소통하는 연인관계


또 다른 장점은 이렇게 작은 거라도 이야기하는 걸 연습하면서 커뮤니케이션이 수월해졌다. 민망해서, 어떻게 운을 떼야할지 몰라서, 혹은 싫은 소리는 하기 싫어서 라는 다양한 이유로 가까운 사람과 (오히려 가까운 사람일수록 상처 주고 싶지 않아서) 열린 대화를 하지 않기 쉬운데 '연인 회의'를 하면서 의견과 건의 사항을 소통하는 게 연습이 되어 쉬워졌다. 사실 이제는 회의를 하지 않아도 작은 거라도 바로바로 말할 수 있게 됐다. 



새로운 루틴 만들기


그리고 매주 개선 방향을 의논하고 실천하다 보니 무언가 문제가 생겼을 때 바로바로 행동을 바꿔서 새로운 걸 시도하고 실천하는 습관이 생겼다. 예를 들어 정리 강박증이 있는 남편의 건의사항에 의해 '청소 스케줄'을 정해서 리스트를 냉장고에 붙여놓은 후 '매주 일요일까지 각자 맡은 부분 청소를 끝내야 한다'라는 규칙을 정해서 청소하기도 하고, 스트레스가 많은 날에는 신경이 날카로워서 상대방이 별 것도 아닌 일을 하더라도 불똥이 튈 수 있어서 집에 들어오자마자 '오늘 이러한 이유 때문에 너무 스트레스받아서 오늘은 쉬고 싶은 기분이야. 오늘은 나한테 아무것도 시키지 말고 이해해줄래?'라는 말을 해서 사전에 서로 배려할 수 있게 했다. 생활 패턴을 바꾸고 평소에 하지 않던 일들을 하나씩 해 나가면서 둘 다 어느 정도 더 유연하고 능동적인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정말 화날 일이 있으면 밖에서 이야기했다


싸울 때 집에서 이야기하는 게 더 쉽지만 집에서 싸우면 마음에 없는 말을 하거나 소리를 지르면서 싸우기가 더 쉽다. 그렇게 되면 나중에 후회하기도 하고 상황이 더 악화되기도 했었다. 그래서 대신 카페 같은 곳에서 이야기 하기 시작하면서 둘 다 감정을 억누르고 침착하게 말할 수 있었고, 타인이 들었을 때 부끄러운 말은 최대한 아끼면서 훨씬 덜 감정적이고, 훨씬 더 건설적인 대화를 할 수 있었다. 



회의의 끝은 무조건 장점으로


매주 회의를 시작하기 전에는 둘 다 '이번 주엔 내가 뭘 잘못했을까' 걱정하면서 긴장된 마음으로 시작했다. 우리의 회의가 서로를 헐뜯을 기회가 아니고 더 나은 연인관계를 위한 건설적인 소통이란 걸 강조하기 위해 항상 장점을 더 많이 이야기하면서 끝을 냈다. 장점을 회의 초반에 말하면 아직 말하지 않은 단점에 대해 걱정하느라 집중이 잘 안됐다. 그래서 단점을 먼저 말하고, 개선 방향을 의논한 후 (혹은 당장 타협점을 찾지 못하면 문제라는 걸 일단 인식하고 넘어가기도 했다), 단점보다 더 많은 장점을 말하면서 '우리는 둘 다 결점이 있지만 서로 맞춰나갈 수 있는 것들이고, 너는 장점이 더 많고 참 소중해!'라는 분위기로 끝을 냈다. 





우리도 연애 첫 1~2년 동안은 헤어질 생각도 많이 할 만큼 불화가 많았지만 소통을 통해 서로에 대해서 이해하고 맞춰나갈 수 있었다. 이제는 회의를 하지 않아도 작은 것도 바로바로 말할 수 있게 될 만큼 많이 발전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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