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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준희 Feb 01. 2021

계류 유산 확인과 약물 배출 과정 (디테일 주의)

1월 14일 유산 확인

2주 전 산부인과에서 8주 임신을 확인하고 오늘 NIPT (기형아 검사)를 받으러 남편과 함께 방문했다. (코로나 때문에 남편은 차에서 기다렸다.) 그런데 초음파를 하니 전에 작아도 확실하게 아기로 보였던 모습이 눈사람처럼 왠지 더 두루뭉술해지고 예전처럼 선명하게 보이지 않았다. 또, 전에는 어느 각도에서도 보였는데 이번에는 각도에 따라서 보였다 안보였다 하기도 했다. 보기에 좀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의사가 어두운 목소리로 유감스럽게도 심장이 뛰지 않고 태낭에 피가 고여 있고 태아의 모양을 보니 사망한 것처럼 보인다고 했다. 그리고 크기를 재 보니 정확히 2주 전에 병원에서 임신을 확인한 날부터 성장이 멈추어 있었다.


아기의 심장 소리가 들리면 유산 확률이 5%밖에 안된다고 하는데 나의 경우 2주 전에 건강한 심장소리를 듣고 태아가 사망한 5% 확률의 계류유산이라고 한다. 계류유산은 아기가 증상 없이 몸 안에 죽어있는 경우이고 때로는 임신 증상이 계속돼서 중기가 될 때까지 유산 사실을 모르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원인은 유전자 이상이 50% 이상이고 자궁의 기형, 당뇨병 등의 이유들이 있다고 한다. 아마 나의 경우 유전자 이상이었던 것 같다.


계류 유산 후 치료 방법: 소파술과 약물 배출의 장단점

계류유산을 한 경우 몸이 유산 사실을 인식하지 못해서 자궁 안에 있는 태낭을 배출하기 위해 약을 먹거나 소파수술로 빼내야 한다. 그리고 2주 후 병원에 방문해서 태낭이 올바르게 배출되었는지 확인해야 한다. 태낭이 몸 안에 남아 있는 경우 부패해서 염증을 비롯한 여러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약을 먹는 방법의 장점은 소파수술로 생길 수 있는 부작용 (자궁 내막 상처, 감염)을 피할 수 있는 것이고, 단점은 경우에 따라 고통스럽고 많은 양의 출혈과 배출된 태낭을 보는 사람이 정신적으로 힘들다고 한다. 또한, 약물 배출은 90% 정도만 성공하고 나머지 10%는 배출되지 않아서 또 소파술을 해야 한다.


소파수술은 하루에 끝나서 좋지만 수술이다 보니 드물게 감염이나 자궁에 상처를 입을 위험이 2% 정도 있고 항생제를 먹어야 한다고 한다. 나는 항생제를 좋아하지 않고 혹시나 자궁에 상처를 입어서 다음 임신에 무리가 갈까 싶어서 약을 선택했다.


유산 후 자궁 감염 확률이 높아서 탬폰 사용이나 성관계를 2주 동안 금한다.


계류 유산 약물 배출 과정- Mifepristone, Misoprostol (cytotec)

약물 배출을 결정한 후 의사가 그 자리에서 Mifepristone이라는 약을 한정 건네었다. 이 약은 임신 호르몬인 프로제스테론을 억제하는 약이라고 한다. 이 약을 먹고 몇십 분 지나니 신기하게도 임신 내내 느꼈던 울렁거림과 두통, 그리고 전반적으로 몸이 불편한 감각이 사라졌다. 임신하기 전과 기분이 비슷했다. 그리고 몇 시간이 지나니 생리통처럼 자궁이 움직이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24시간이나 48시간이 경과한 후, 다음 약을 먹어야 했다. Misoprostol이라는 약이다. (싸이토텍이라고도 한다) 미소프로스톨은 원래 위궤양 때문에 만들어진 약인데 위장과 자궁을 강하게 수축하는 부작용이 있어서 설사와 유산을 유발한다고 한다.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로스톨은 나처럼 유산  배출용으로 쓰이기도 하지만 낙태약으로 쓰이기도 한다.  약을 먹으면 구토와 오한, 설사 등의 부작용이 있을  있는데 그중 구토하면 약이 몸에 흡수되지 않아서 약을 먹기 1시간 전에 구토억제제도   먹었다. 1시간을 기다린  Misoprostol 4정을 오른쪽과 왼쪽 볼과 잇몸 사이에 위아래로 넣고 30분 동안 가만히 둔 뒤 (침이 생기면 삼킨다), 남아있는 약을 삼키면 된다. 이 약을 먹고 1~2시간 후에 반응이 올 거라고 했고, 1시간이 지나자 자궁에 수축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생리통처럼 배가 아파서 1시간 반 동안 누워있었고, 화장실에서 핏덩어리를 약간 배출했다.


그리고 4~5시간이 지나자 심한 생리통처럼 배가 많이 아팠다. 그래서 처방받은 이부프로펜 600mg 정을 반으로 나누어서 300mg을 먹었다. 아편 성분이 들어있는 마약성 진통제도 받았지만 먹지 않았다. 통증 자체는 아프긴 했지만 견디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속도 울렁거렸지만 혹시나 약물을 토할까 봐 가까스로 구토를 참았다. 그리고 자궁이 아닌 장이 아파서 화장실에 가니 음식물이 몸을 바로 관통 하는 듯한 설사가 쏟아졌다. 설사는 Misoprostol의 부작용이라고 하는데, 이런 물과 다름없는 설사는 식중독 때도 겪지 못한 난생처음 하는 경험이었다. 대장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위에서 물과 음식물을 분리하기도 전에 바로 배출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엄청 독한 약이구나 싶었다. 의약의 힘은 대단하다.


남편이 닭과 미역을 사 와서 미역을 넣은 삼계탕을 만들어 주었다. 항상 노력해 주는 남편이 고맙다. 설사 때문에 탈수가 올까 봐 따뜻한 차를 계속 마셨고 남편이 만들어준 삼계탕 미역국도 많이 먹었다.


인터넷에 후기들을 읽어보니 미소프로스톨을 복용하고 나서 많은 피와 덩어리를 배출하고 1주일 이상 출혈이 지속된다고 한다. 때로는 출혈이 너무 심해서 응급실에 가야 한다고도 한다. (몇 시간 내에 큰 생리대가 3개 젖을 정도로 출혈이 심하면 응급실에 가야 한다.) 나는 화장실에서 배출한 덩어리 외에는 피도 별로 나지 않고 덩어리도 작은 덩어리 하나밖에 나오지 않아서 아직 완전히 나오지 않은 것 같다. 만약 2주 후 병원에 방문해서도 배출이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태아가 죽은 지 한 달이 된 시기라 소파수술을 해야 한다. 2주 후까지 시간이 좀 있으니 그 안에 나오길 기대해 본다.


2021년 1월 20일 미소프로스톨 2차 복용

처음 약물 배출을 시도했을 때는 잇몸과  사이에  4정을 30 동안 물고 있다가 삼키는 방법으로 복용했다. 그리고 위장으로 들어가서 위장에는 효과가 아주 좋아서 배가 매우 꿀렁거리고 엄청난 설사를 한 다음, 3일 동안 변비에 시달렸다. 내가 원하는 자궁 수축이 아니라 위장 수축이 강하게 일어난  같았다.   1주일을 기다렸지만 출혈이 늘지 않았다. 나는 약물 배출에 실패한 경우인 것 같다. 인터넷에 임상실험들을 찾아보니 약물 배출 실패율이 20%에 가까워 보였다. 그리고 때에 따라 2차 복용을 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그래서 어제 병원에 전화해서 미소프로스톨 800mg을 추가로 처방받았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반 정도 케이스는 질정으로 복용한다고 해서 이번에는 의사 말을 듣지 않고 질정으로 복용을 시도해 봤다. 입으로 복용하면 또 위장만 수축할 것 같았다. 단, 800mg을 전부 투여하지 않아도 약들 중 3정만(600mg)을 투여했다. (질정은 약을 덜 넣어도 된다는 연구결과를 읽고 결정했다.)


오후 5시 정도에 복용하고 저녁까지 아무 소식이 없었다. 10시쯤 되니 오한을 느끼면서 잠에 들었다. 그리고 12시쯤 바지가 피로 흥건하게 젖는 느낌에 잠에서 깼다. 침대를 확인해 보니 이미 침대 시트까지 흥건하게 젖어 있었다. 본격적인 출혈이란 걸 알 수 있었다. 침대 시트를 꺼내 찬물에 담가 두고 변기에 1시간 정도 앉아 있었다. 극심한 생리통과 같은 고통이 멈추지 않아서 아이부프로펜 진통제를 하나 더 복용했다. 피와 덩어리들이 연달아 배출됐다. 아기집은 흰색이나 회색에 가깝다고 했는데 변기 안이 온통 빨간색이어서 덩어리의 색을 확인할 수 없었지만, 나온 양으로 보아 거의 배출된 걸로 보였다.  


다시 한번 인터넷에 약물 2차 복용을 검색하자, 약물 1차 복용에 실패한 사람들 중 반 이상이 2차 복용에서 배출을 성공한다고 했다. 나도 그에 해당하는 거면 좋겠다. 단, 미소프로스톨을 반복해서 복용해서 오는 부작용에 대해선 알려진 바가 없다고 한다. 다음 주에 초음파로 배출이 완전히 이루어졌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


1월 29일 유산 종료

20일에 약을 2차 복용한 후 조금씩 나온 출혈이 오늘까지도 계속되었다. 모든 정황이 인터넷 후기에서 읽은 정상적인 약물 배출과 같았다.


오늘 병원에 가서 초음파로 유산 잔여물이 모두 배출되었고 정상생활이 가능하다는 확인을 받았다. 그리고 난임 병원에 가면 좋을지 물어보니 유산율이 25%에 달해서 너무 흔한 일이니 세 번 유산할 때 까지는 난임 병원을 권하지 않는다고 했다. 앞으로 정상적인 월경을 한번 하고 난 후에 임신을 시도해도 좋다고 했다. 또 내가 미소프로소톨 2차 처방약을 질정으로 넣은데 대해서도 상관없다고 했다. 모든 게 정상으로 돌아와서 유산이 종료돼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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