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후 몸의 변화, 먹덧, 몸무게 변화, 몸매 변화
올해 초에 유산하고 나서 올해 여름 다시 임신하게 됐다. 어느덧 임신 5개월이 됐다.
임신 후 몸의 변화
흔히들 임신을 미화시키지만 임신의 실제 과정은 (아기를 키우고 있다는 사실 외엔) 좋다고 할 수 없는 과정인 것 같다. 임신으로 인해 몸이 불편해진 것은 다 나열하기 힘들 만큼 많다. 냄새에 민감해지고 구역질 나는 입덧, 피로감, 약도 먹을 수 없는 원인모를 두통, 갑자기 지능이 낮아진 것처럼 생각하는 속도가 느려지고 생각나지 않는 것들이 생긴다. 또 방광염도 생겼고, 잇몸은 매일 치실할 때마다 피가 많이 날 정도로 약해졌고 가슴팍에는 작은 좁쌀 여드름이나 쥐젖 같이 보이는 피부 트러블이 났다. 가슴 크기도 빵빵하게 부풀었다. 가슴이 일시적으로 커진 건 큰 불만 없지만 모유 수유 때까지 끝도 없이 불어났다가 바람 빠진 풍선 모양이 된다고 들었기 때문에 커지는 가슴이 무섭다. 3~4개월쯤부터는 유두가 한 톤 어두운 색으로 변했다. 아기가 젖을 먹을 때 유두를 빨리 찾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진해진다고 한다.
온몸이 삐걱삐걱
중기부터는 꼬리뼈가 아프기 시작했다. 자궁이 500~1000배로 커지면서 장기가 이동하고 골반 뼈가 벌어질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인대를 느슨하게 하는 호르몬을 분비한다고 하는데, 그 과정에서 허리도 아프도 여기저기 뼈가 삐걱거릴 수 있다고 한다. 나 같은 경우 앉았다 일어나는 것과 같이 허리를 굽혔다 펼 때 꼬리뼈가 찌르듯이 아프고 왼쪽 발 뼈가 아프다. 그리고 또 장기 이동 등을 돕기 위해서 내장 근육까지 느슨해져서 소화도 잘 되지 않고 배변활동도 원활하지 않다. 소화 불량, 역류성 식도염, 빈뇨, 그리고 변비는 모두 임신 증상이다. 중기부터는 배가 꽤 커지면서 똑바로 누워서 자면 아기에게 혈액이 잘 전달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똑바로 자다 보면 배가 뭉치거나 불편한 느낌이 들어서 옆으로 누워 자야 하는데 이것 때문에 자다가 여러 번 깨서 자세를 고쳐 앉아야 한다.
몸매 변화
첫 2달 정도는 몸무게 변화도 없었고 자궁이 커지는 게 크게 느껴지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배 쪽으로 지방이 몰리는 기분이었다. 자궁이 본격적으로 커지기 전에 먼저 지방으로 보호막을 형성하나 보다. 임신 5개월 차인 지금은 지나가는 사람이 보면 '누가 봐도 임신부'는 아니지만 배 나온 사람쯤으로 보일 것 같다. 몸무게는 벌써 5킬로 정도 늘었다. 임신 전에는 아침은 대충 먹고 점심부터 끼니를 제대로 챙겼는데 지금은 공복이면 구역질이 난다. 3~4시간마다 배가 고프지 않아도 음식을 섭취해야지 아니면 울렁거리고 구역질이 난다. 그렇다고 배가 고프다거나 특정 음식이 먹고 싶지는 않다. 만약 배가 고프고 음식을 더 먹고 싶었다면 살이 더 쪘을 텐데 그나마 다행이다(?). 얼마 전에 알았는데 모든 임신부가 나 같은 증상이 있는 건 아니고 내 증상이 '먹덧'이라고 한다.
임신 중 몸무게 변화
정상 BMI를 가진 사람들은 임신 기간 동안 11~16kg 정도 늘리길 권장하는데 임신 말기 3개월에 배가 많이 커진다고 한다. 그래서 초기에는 몸무게 변화가 크게 없는 게 좋다. 그리고 몸무게가 많이 늘어나면 임신 당뇨의 위험도 늘어나고 아기에게 그리 좋지 않다고 한다. 나도 11kg 정도 찌우고 싶은데 먹덧이 당첨되어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처음에는 몸매가 변하는 게 무섭고 싫은 마음이 컸는데 태동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내 안에 영양이 필요한 인간이 자라고 있다고 생각하니 식사를 제대로 해야겠다는 마음이 든다. 그리고 물을 정말 많이 마셔야 한다. 아기를 만드는데 물이 많이 필요하고 양수가 많아야 아기가 더 잘 움직일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요즘엔 어딜 나갈 때마다 먼저 화장실이 어디에 있는지 파악해 둔다.
아이를 낳아본 사람들 말을 들어보면 임신 기간 동안 힘들긴 하지만 아이가 태어나고는 훨씬 더 힘들다고 한다. 삶이 바뀔 만큼 힘들고 바빠진다고 한다. 그런데도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는 말을 꼭 덧붙인다. 나도 지금 힘든 부분들이 많지만 낳은 다음이 더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