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임신 후기에 접어들었다. 배가 너무 작아 보인다는 소견을 듣고 지난주 임신 32주 차에 새로 옮긴 대학병원에 정밀 초음파를 보러 갔다. 초음파 테크니션이 갸우뚱하더니 당직 의사를 불러온다. 아기가 주수보다 작다고 한다. 아기의 크기는 하위 21%이고 지금 예상 무게는 1.6kg이라고 한다.
임신을 하고 몸무게는 제대로 많이 늘어났지만 배가 인터넷에서 본 다른 임신부들에 비해 많이 나오지 않았다. 배가 많이 나오지 않는 사람도 있다고 하고, 나는 키가 커서 배가 위아래로 길어서 공간이 많아서 밖으로 많이 안 나온 줄 알았다. 그런데 아기가 많이 자라지 않았다고 하니 신경이 많이 쓰였다.
주수보다 작은 아기
아기가 작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유전적으로 그냥 작은 아기일 수도 있고, 탯줄로 혈류가 잘 전달이 안되어서 발달이 느릴 수도 있고, 태반의 문제로 영양분이 잘 전달되지 않아서 발달이 느릴 수도 있다. 엄마가 동양인이고 날씬한 편이면 아기가 미국 평균보다 작을 수 있고, 대체로 여아가 남아보다 작다. 태아 발육 지연이라고 의심되는 경우의 75%는 유전이어서 문제가 없지만 다른 이유의 발달 지연이라면 위험하다.
유전
나의 경우 유전일 확률이 가장 높을 것 같다. 보통 아기들은 3.5kg 이상인데 나도 38주에 제왕절개로 2.5kg으로 작게 태어났고, 오빠도 10개월을 넘겼는데도 2.7kg으로 작게 태어났다. 작게 태어났지만 자라면서 나는 170cm를 훌쩍 넘겼고 오빠는 거의 190cm에 육박한다. 2년 전 태어난 오빠의 딸도 10개월을 넘겨서 태어났지만 2.8kg으로 작게 태어났다. 게다가 내 남편은 10개월을 채우고 태어났을 때 겨우 2kg이었다고 한다. 10개월을 채우고 2kg 은 너무 작은 것이긴 하다. 보통 병원들에서는 2kg 이 되지 않는 아기들은 NICU (신생아 집중 치료실)에 들어가야 한다. 그런데 내 아기는 32주에 1.6kg였고, 후기 2달 동안 보통 아기의 크기가 두배로 불어난다고 하니 3kg 이상으로 태어날 것 같은데 그렇게 문제인가 싶었다.
태반, 혈류
태반에서 영양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서 작을 수도 있는데 태반의 문제는 초음파상으로 확인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태반 문제라면 심각한 문제인데 확인할 수가 없으니 아기에게 위험한 환경일 수 있는 뱃속에 거 꺼내기 위해 빨리 유도분만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혈류가 아기한테 전달되지 않아 작을 수도 있는데 이 부분은 초음파 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나의 경우 태반은 알 수 없지만 혈류는 아기에게 잘 전달되고 있었고 아기가 많이 움직이고 있어서 다른 문제는 없었다.
감염 혹은 기형
임신부가 병에 감염되어서 태아가 작게 태어나는 경우도 있다. 혹은 흡연, 음주 등이 아기를 작게 하기도 한다. 혹은 선천적 기형 때문에 작게 태어날 수도 있다. 만약 양수도 아주 적다면 정상적 발육 지연이 아닐 수 있다. 보통 발달 지연이라고 걱정하는 경우는 아기가 하위 10% 이하의 체중일 때다.
주수보다 작은 아기를 어떻게 해야 할까
초음파 후 이번 주에 만난 주치의가 아기가 작아서 유도분만으로 빨리 꺼낼 수도 있다고 한다. 혹시 모체 내의 문제 때문에 아기에게 문제가 있는 거라면 밖으로 꺼내는 게 더 안전하기 때문이다. 어떤 의사들은 아기가 작으면 오히려 40주를 넘겨서 키워서 낳게 한다는데 아무래도 대학병원이라 보수적으로 위험을 최소화하려고 하는 것 같다. 나는 아기를 빨리 꺼내는 게 내키지 않고 걱정이 되어서 최대한 아기를 키워보려고 나름의 노력을 하기로 했다. 만약 노력했는데도 2주 후 초음파 때 많이 자라지 않았다면 빨리 유도분만해야 할 수도 있다.
뱃속의 아기 키우는 법
몸무게가 잘 늘어났기 때문에 잘 먹지 않아서 아기가 큰 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자주 열심히 먹기 시작했다. 매끼 고기를 챙겨 먹고 중간중간 과일도 많이 먹고 있다. 너무 먹다 보니 밤에 위산이 역류해서 괴로웠지만 그래도 일어나서부터 저녁까지 열심히 먹고 있다. 잠도 잘 자는 게 중요하다고 해서 9시간 정도 잔다. 그리고 혈액순환도 잘돼야 아기에게 영양이 잘 전달된다고 해서 중간중간 스트레칭도 하고 매일 30분 걷기를 하고 있다. 다음 주에 아기가 많이 커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