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미니멀리즘
저는 미니멀리스트는 아닙니다. 그런데 대학교 때부터 11년의 자취생활 동안 13번이 넘는 이사를 하면서 나름대로 미니멀한 소비패턴을 가지게 됐습니다. 물건을 살 때마다 '이사를 갈 때 피곤한 몸으로 이 물건을 싸면서도, 그래도 이건 꼭 필요한 물건이야, 라는 마음이 들 물건인가?'라는 생각을 합니다. 아래는 제가 물건을 살 때 체크하는 항목들이고 하나라도 해당되면 구매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적어도 1주일에 한번 정도 이 물건이 있었으면, 하고 희망하는가?
예: 식기세척기, 휴대용 배터리 충전기
하나를 삼으로써 하나를 버릴 수 있으면서 새로운 기능까지 추가된 물건인가?
예: 인스턴트 팟
자리는 더 차지하지 않으면서 기능은 더 업그레이드된 물건의 대명사가 인스턴트 팟이라고 생각합니다. 찜기능, 밥 기능, 죽 기능, 육수 기능, 볶음 기능 등 수많은 기능이 있는 데다가 불 앞에 서있을 필요 없이 취사를 눌러놓고 다른 일을 할 수 있어서 구입했고, 인스턴트 팟을 사고 큰 육수용 냄비를 버려서 짐을 줄였습니다. 로드트립에 갈 때도 가지고 다니면서 숙소에 부엌이 없어도 라면도 끓이고 소시지도 굽습니다.
이 물건을 삼으로써 시간이나 돈을 아낄 수 있는가? 혹은, 벌 수 있는가?
예: 커피머신
3~4년 전에 20만 원 상당의 에스프레소 머신을 구입한 후 커피를 사 마시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집에서 고급 원두를 사용해도 매일 밖에서 사 마시는 것보다 훨씬 절약이 되고 맛도 더 좋습니다.
유용하면서도 이미 가지고 있는 물건으론 대체 불가능한 물건인가?
예: 에어 프라이어
빠르고 간편한 데다가 보통 집밥으로 만들기 힘든 식감을 내서 에어 프라이어를 사고 나서 배달음식을 시키는 일이 거의 없어졌습니다. 치킨이 먹고 싶을 땐 생닭 날개를 에어프라이어에 돌려먹고, 피자가 먹고 싶을 땐 마트에서 산 냉동피자에 집에 있는 재료로 토핑을 해 먹습니다. 너무 유용해서 친구 3명한테 선물했습니다.
이 물건으로 인해 내가 발전할 수 있는가?
건강: 요가매트 같은 운동기구. 외식을 줄여주는 요리기구
청결: 코드리스 청소기, 로봇 청소기
지식: 책, 혹은 전자 리더기
필수품이 아니라면, 이 물건으로 인해 1주일에 한번 이상 몇 년 동안 지속적으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가?
예: 식물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는 물건이라면, 필수품이 아니어도 사도 무방하다고 생각합니다.
옷을 살 때, 자주 입을 옷인가?
이 옷이 내가 가진 비슷한 옷 중 가장 나은가?
혹은 독보적인 스타일인가?
예: 고가의 운동복
옷을 살 때는 한번 입을 때의 가치를 생각합니다. 만 원짜리 옷을 한번 입으면 한 번당 만원이지만, 10만 원짜리 옷을 100번 입으면 한 번당 천 원입니다. 가지고 있는 같은 종류의 옷들 중 가장 나은지도 생각합니다. 가장 나은 옷에만 유독 손이 가게 되어 있어서 가장 낫지 않으면 살 필요가 없습니다.
이 항목들을 체크하면서 물건을 사고 손이 안 가는 물건들은 버리거나 중고시장에 팝니다. 그 결과 요새는 가진 거의 모든 물건들이 이 유용하거나 애착이 가는 물건이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