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터치 텐트 한 개. 가스버너 한 개로 떠났다.
아이들과 남편 처음 셋이서만 캠핑을 다녀온 이후, 아이들이 다시 한번 가고 싶다고 해서 광복절 연휴를 껴서 2박 3일 충북 제천으로 캠핑을 함께 떠났다. 나는 사실 캠핑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유는 공동 샤워장, 화장실, 부엌 등 내가 여행 갈 때 중요하게 여기는 화장실의 필요충분 요건을 만족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그냥 집에서 나가도 고생길 시작인데 캠핑이라니.. 남편과 아이들의 성화에 못이겨 그렇게 내생에 첫 캠핑, 한국에 귀임 후 첫 장거리 여행을 떠났다.
캠핑장에 도착했는데 분명 남편이 타프가 있는 캠핑 자리를 예약했다고 했는데 타프가 없는 자리에 예약이 됐다. 그리고 먼저 텐트 친 다른 곳을 쭉 쳐다보니 와... 너무 완벽한 캠퍼들의 텐트에 입이 떡 벌어졌다. 그리고 나는 차에서 내리기가 너무 부끄러웠다. 정중앙에 배치되어 있던 우리 자리.
원터치 텐트를 펴고, 차에서 집기들을 주섬주섬 꺼냈다. 여전히 부끄러웠다. 시무룩한 내 표정이 펴지지 않자 남편이
"다음에 엄마는 캠프 안 오겠다. 오늘이 마지막이겠네"
다른 캠퍼들의 텐트를 보는데 TV, 영화 스크린이 있는 집도 있고, 흡사 미니 부엌처럼 선반도 있고 정말 작은 '내 집'같은 느낌이 들었다. 밤에는 예쁜 조명도 걸고, 다른 캠퍼들 조명 덕에 우리 스폿도 밝았다. 우리 집은 아주 미약한 랜턴 한 개와 핸드폰으로 조명을 켰다.
둘째 날은 다행히도 캠프장 사장님께서 타프가 있는 자리 하나가 남는다고 하셔서 그리로 옮겼다. 타프하나 쳐져 있는데 마음이 너무 안심이 됐다. 둘째 날이 되자 캠프장에 어느 정도 익숙해져서 굳었던 내 얼굴이 펴지고 어느 정도 캠프장에 적응을 했다. 옮긴 우리 자리는 어두 었다. 컴컴했다. 조금 불편했지만 어두워서 텐트 안에서 남편과 누워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더 재미있게 나눌 수 있었다. 자연에 오면 사실 도시에서 경험하지 못한 칠흑 같은 어둠 속에 보는 별 보는 것이 로망인데 다른 텐트의 밝은 조명에 이 캠프장에서는 칠흑 같은 어둠은 느껴보지 못했다.
이제 떠나는 날 아침. 우리 집은 30분 만에 짐정리를 다 마치고 짐을 싣고 집에 와서 30분 안에 짐 정리를 마쳤다.
남편이 나를 보며
"와 진짜 여보 많이 달라졌다. 이런 데서도 자고 많이 발전했네!"
그래.. 예전에 나라면 캠프 간다고 하면 완벽에 완벽을 기해 캠프 준비를 했을 테지. 뭐가 어떻다고 불평을 더 많이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해외이사와 여러 번 이동을 해보며 짐이 많으면 꽤나 고생만 한다는 것을 알았고 그렇게 많은 것들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인도네시아에서 바가지로 물 흘려보내는 화장실도 가보고 왕거미에 이끼 낀 화장실 변기도 사용해보고 나니( 모든 곳이 그런 것이 아니지만) 캠핑장의 샤워실과 공동화장실은 매우 쓸만했다. 집에서 사용하던 부르스타에 후라이펜 하나로 고기도 굽고 라면도 끓이고 부족함 없이 정말 맛있게 저녁을 먹었다.
아이에게 물었다.
"호텔이 더 좋지 않아?"
"아유 엄마. 호텔이 100배 천배 훨씬 좋지. 비교가 안되지. 그런데 여기도 너무 재미있어!"
그리고 우리 가족은 알고 있다. 완벽한 캠핑보다 이런 캠핑이 나중에 얼마나 우리에게 재미있는 추억거리가 될지! 다음 캠핑도 크게 더 무엇을 더 챙기지 않고 딱 요만큼만 혹은 더 덜고 시도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