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이 좋은 엄마

by BONAVIA

아이를 낳고, 식탁에 앉아 도란도란 식사하는 시간을 떠올려 본다.

식탁에 앉은 나는 분주하다. 가족들이 부족하다는 반찬을 가져다 주고, 물을 따르고, 이것저것 챙긴다. 식구들 밥을 준비하고 차리고 나면 사실 앉아서 먹을 힘이 남아 있지 않을 때가 많다.



나는 먹는 것을 좋아한다.

내가 한 음식을 참 맛있게 잘 먹는다. 그런데 가족들과 밥먹을 때 자리에 앉으면 꼭 두 번, 세 번은 일어나게 된다. 그렇게 흐름이 끊긴 내 식사는 음식에 대해 집중이 흐려지고, 오랜 시간 걸려 준비한 내 음식에 대한 흥미가 줄어든다. 그리고 양껏 준비했다고 하지만 아이가 잘 먹으면 나는 의례 먹고 싶은 고기 한 점을 내려놓게 된다.


그래서 어느순간 나는 혼밥을 즐겨하고, 그 시간이 소중해 졌다.

특히 점심만큼은 내가 먹고 싶은 것으로, 내가 먹고 싶은 형태로 먹는다. 그렇다고 막 차려 먹지는 않는다.

나 혼자 먹을 거지만 파스타를 만들 때도 있고, 스테이크를 구울 때도 있다. 삼시세끼 중 이렇게 한 끼를 온전히 집중해서 먹는 점심이 정말 충만하면, 저녁은 잘 먹지 않아도 괜찮다. 안 먹어도 된다. 물론 혼밥의 좋은 친구들, 유튜브와 넷플릭스가 있어서 혼밥이 더 좋은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시간이 불가능한 시기가 있다. 바로 아이들 방학. 하지만 살은 평소보다 더 찌는 시간.

삼시세끼 아이들 해주다 보면, 내가 잘 먹어서 살 찐다기보다 뭘 먹어도 제대로 먹은 것 같지가 않아서 배가 부른데도 또 먹고, 또 무엇을 먹으면서도 끝까지 만족하지 못하고 살만 찌운다.

아이들이 학교를 가고 나는 다시 내 점심 혼밥을 즐길 것 같다.


KakaoTalk_20260210_221633716.jpg

오늘 아침은 아이들이 늦잠을 자서 덕분에(?) 아침에 빵한점을 느긋하게 먹을 수 있었다. 아무것도 바르지 않은 바게트였는데도 구수한 맛, 짠맛, 효모의 시큼한 맛까지 다 느끼며 먹었다. 버터만 얹어 먹어도 맛있는 아침이었다. 언젠가 아이들이 둥지를 떠나면 이 분주한 식사시간도 그립다고 할 그런 날이 오겠지만, 현재 나는 혼밥을 즐기는 중이다.

작가의 이전글내가 나를 잘 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