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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feel co Aug 24. 2022

35살에 진정한 독립을 했다.

- 결혼 9년 차 독립

내가 결혼 후 가장 아쉬웠던 점은 태어나서 한 번도 혼자서 살아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해외 어학연수 8개월도 홈스테이 가족과 함께 지냈기 때문에 나 혼자 지내본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어렴풋할 뿐 어떤 기분인지 잘 모른다.


그리고 결혼해서 신혼집을 친정집에서 차로 30분 거리에서 시작하고 그때 잠시 내가 어른 같았다.

결혼 전까지도 계속 통금시간이 있어서 늦은 저녁 밤공기가 어떤지 몰랐던 내게. 결혼하고 남편이랑 보는 심야영화 보던 그 재미와 통금시간 걱정 없이 남편과 함께 하는 시간들이 너무 신났던 기억이 난다. 


쌍둥이 출산 전부터 친정집 근처로 이사를 갔고, 출산 후에는 육아며 모든 것을 친정집에 의지하며 살았다.

잠만 따로 잤을 뿐 하루의 생활을 거의 친정집에서 했던 거 같다. 친정부모님의 도움이 없이는 '아무것도 못할 것 같다'는 것이 나의 마음이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학연, 지연이 없는 한국에서 비행기 7시간 거리에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있다.

친정부모님이 없으면 정말 무슨 일이 날 것 같았는데, 아무 일이 없다. 난 이 느낌이 이제야 진정한 '어른'이 된 거 같았다.

집에 문제가 생겼을 때, 아이들을 맡겨야 할 때, 내가 어떤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할 때 항상 부모님과 함께 하거나 부모님의 의견을 물어봤는데 이곳에서 친정부모님 없이도 나는 충분히 잘 해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30대 후반이 되어서야 이런 것을 경험하다니 조금 부끄럽기도 하지만, 부모님과 물리적 거리가 발생했기에 내가 지금 이렇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내 옆에 부모님이 살고 계셨다면 나는 한없이 부모님을 '또'의지 했을 것 같다.


특히 내 '냉장고'가 내가 만든 음식으로 채워졌고 내가 고른 식재료로 가득 채워졌다는 점도 나에게는 새로웠다. 항상 부모님이 음식을 하시면 그것을 덜어서 냉장고를 채웠고 부모님 식성의 반찬과 내가 먹고 싶은 반찬의 충돌로 음식물 쓰레기도 사실 꽤 나오기 일 수였는데 이곳에서는 딱 우리 가족이 먹고 싶은 반찬, 과일, 채소로 채워지다 보니 식재료 낭비도 덜하고 버리는 음식도 적다. 한국에서 사실 참 배부르게 살았구나 ~ 싶었을 수 있겠지만 그렇게 나는 결혼 후에도 출산 후에 나는 부모가 되었지만 아직 '자식'으로서 부모님 그늘에 비비고 있던 모습의 비중이 훨씬 컸다.


이곳에서 부모님께 기대지 않고 진짜 내가 어른이 된 거 같아서 나 자신이 이제야 좀 큰 것 같은 기분마저 들었다.  생물학적 나이는 30대 후반이었지만 나의 정신과 마음은 그에 못 미친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이제 좀 나이에 맞게 살고 있는 느낌이랄까?


물론 이렇게 30대 후반이 되도록 결혼한 딸을 곁에 두고 물심양면 도와주신 부모님께 너무 감사하다. 오은영 박사가 육아의 목적은 '독립'이라고 했는데 그동안 나는 진짜 '독립'다운 독립을 못했던 거 같다.


결혼 9년 차에 느낀 진정한 '독립'

이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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