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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feel co Oct 14. 2023

교통체증 최악의 나라에 살아요

in Jakarta

자카르타에 주재원으로 확정된 후, 자카르타에 대해 찾아보다가 가장 놀란 사진은 자카르타의 교통체증 사진이었다. 이게 진짜 있을 수 있다고? 자동차랑 오토바이가 저렇게 뒤 엉켜있을 수 있다고?


합성이 아닐까? 싶지만, 실제로 이렇다. (출처: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hn?memberNo=2247263&volumeNo=2683


이곳에서 처음으로 차를 타고 눈을 질끈 감았던 기억이 난다. 오토바이가 와서 부딪힐 것 같고, 차 사고가 날 것 같아서였다. 시간이 흐르니 이제는 익숙해서 더 이상 눈을 질끈 감지는 않지만, 이곳에서 자가운전은 도저히 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자카르타의 교통체증이 어느 정도 있지 보여주는 그래프들.


자카르타가 이렇게 된 데에는 이유는 무엇일까? 하고 이곳에 살면서 그 이유가 무엇일까 나름 생각해 보았다. 

기름값이 저렴(이전만큼 저렴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저렴했던 시절이 있었다.) 하다

자차를 타고 다니는데 비용부담이 적다. 요즘 기름값이 올랐다 내렸다 반복하고 있지만 내가 이곳에 처음 왔을 때 리터당 900원이었던 시절이 있었고, 현재는 1200원대 정도이다.

대중교통이 잘 되어있지 않다.

버스, MRT(우리나라 지하철 같은), 택시가 있지만 버스와 MRT를 타러 가려면 오토바이나 택시를 타고 그 역으로 가야 한다. 우리나라처럼 노선이 다양하지 않아서 타고 갈 수 있는 곳이 제한적이다. 

인도가 없다.

5분 정도 걸어가도 될 거리를 꼭 차를 타고 가야 한다. 걷겠다고 시도하는 순간 도로에서 내 목숨이 위태 위태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차선이 불분명하다

2차선이 3차선이 되기도 하고, 주택가 주변에서 역주행은 기본, 불법 유턴까지...  자동차 한 대가 유턴하겠다고 끼어드는 순간 2차선 도로가 순간 꽉 막힌다. 그런 일이 한두 번이 겹치면, 15분 거리가 40분 소요되는 건 비일비재하다.


이렇게 교통체증이 워낙 심하니, 약속을 잡으면 20분 걸린다고 구글맵에 나오더라도 곱하기 2를 하고 나가야 한다.  자동차 평균속도로 15분 걸릴 거리가 비가 오거나 하면 한 시간이 걸리고, 내 집이 눈앞에 있어도 차 안에서 꼬박 갇혀서 있기도 한다. 응급차나  공무원차가 지나가서 길을 비켜야 할 때면 그 뒤를 오토바이가 따라가고, 2차선이 3차선이 되면서 다시 한번 교통체증을 유발한다. 

우기에 단 5분 만에 이렇게 잠겨버린 도로. 내가 이곳에 와서 이조이 않을 인도네시아어 '반지르(홍수)'


비가 오면 더 막힌다. 갑자기 쏟아지는 비에 오토바이를 타던 사람들이 터널안에서 차선 하나를 막고 서서 비를 피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수구 시설이 잘 되어있지 않는 자카르타는 비가 오면 5분 10분 만에도 홍수가 나서 도로고 작은 강이 되곤 한다.


이렇다 보니 차 안에 있는 시간 동안 그 시간을 보낼 무언가가 필요하다. 덜컹덜컹 움직이는 차 안에서 책을읽기는 힘들다. 음악을 들어도 가만히 앉아서 가는 시간이 지루하게 느껴진다. 묵주기도도 해보고, 오디오북도 들어보고,  영어 스피킹도 들어봤다.  아스팔트 도로 위를 달리고 있지만, 도로가 워낙 고르지 못해서 반은 비포장 도로를 달리는 느낌이다. 한국에서 택시를 타는데 아스팔트 도로가 실크처럼 느껴졌다고 하면 믿으시려나? 


세계 어느 곳을 가보아도, 한국만큼 대중교통이 편리하고 쾌적한 곳을 찾아보지 못했다. 방학 때 아이들과  한국에 가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내가 가고 싶은 곳을 자유롭게 내 발로 갈 수 있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하루에 만보 이상을 걷고 또 걸었던 거 같다.


한국에서 살 때는 몰랐던 감사함을 한국 밖으로 나오니 이렇게 새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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