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나 말해. Everything!"
Gabi와의 첫 만남은 그녀의 아들 Lorenzo의 생일파티 때였다. 팬데믹 해제 후, 아이들의 학교가 정상화되고 모두가 그리워했던 오프라인 파티! 그녀는 아들의 생일파티를 집에서 열었다. 자카르타의 고급주택을 밖에서 구경만 했지 집 안을 들어가 보기는 처음이었다.
"Hello"
하면서 반겨주는 그녀는 너무 예뻤고 그녀의 집은 정말 입이 떡 벌어지게 크고 넓었다. 더불어 내 딸의 반 친구인 Lorenzo는 누가 봐도 너무 잘생긴 남자아이였다. 얼굴과 더불어 매너도 너무 젠틀했다. 엄마 마음이 심쿵할 만큼!
생일파티 때 그녀가 만들어준 치즈볼은 너무나 맛있었다. 생일파티 후 나는 Gabi에게 레시피를 물어보려고 연락을 했다. 그녀와 가까워지고 싶던 목적이 먼저였고 레시피는 연락하고 싶던 작은 핑계였다. 그렇게 닿은 연락 후, Gabi는 나와 쌍둥이들을 그녀의 집으로 초대해 주었다. 부족한 나의 영어로도 그녀와 충분히 소통하고 교감을 나누었다. 내가 영어로 대화를 했었나? 한국어로 대화를 했었나? 싶을 만큼 그녀와 나는 정말 단숨에 가까워졌다.
특히 우리는 더 가깝게 만든 건 요리와 음식이었다. 빵을 정말 잘 만들던 Gabi는 항상 나를 초대하하고는
"어떤 케이크 먹고 싶어?"
라고 물어봐 주었다. 그러면 케이크와 맛있는 커피를 항상 내어주었고 아이들이 노는 동안 우리는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며 외국인도 타국에 살며 겪는 어려움이 다르지 않다는 걸, 엄마의 마음은 같다는 것을 알았다.
우리 아이들이 아플 때도 그녀는 케이크를 단숨에 만들어 우리 집으로 보내주었고, 이런 관심과 정성이 타국생활에 정말 큰 힘을 주었다. 내가 어려울 때 진심으로 도와주려는 그녀의 마음이 정말 든든했다. 가정부가 계속 바뀌며 어려움을 겪을 때는
'우리 집은 가정부가 두 명이니까, 한 명은 지금 너희 집으로 보낼 수 있어. 네가 원하면 언제든 이야기해'
'네가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해.'
나의 완벽하지 않은 영어를 언제나 경청해 주던 Gabi. 그리고 내 말에 동의해 주고 공감해 주었던 그녀 덕에 자카르타에서 좋은 에너지를 받을 수 있었다. 오늘도 그녀와 함께 한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내가 좋아하는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셨다. 그리고 나는 물어봤다.
나: " Gabi. 너는 중국에서도 잠깐 살아봤고, 인도네시아에서 5년 정도 지내다가, 다시 이제 베트남으로 가서 살 거고, 머지않아 한국에서도 주재원 생활을 할 거잖아. 그렇게 많은 곳을 이동하면서 살면서 사람관계를 어떻게 만들어? 그리고 이 관계를 어떻게 유지해?"
Gabi: "많은 노력이 필요해. 하지만 브라질에 있는 친구들과는 많이 멀어진 느낌이야. 내가 이곳의 이야기를 해도 브라질에 있는 친구들은 공감을 못해. 그래서 점점 나눌 이야기가 적어져. 나는 이제 곧 베트남으로 가지만 그곳에서 너에게 계속 연락을 할 거고, 영상통화도 할 거야. 그리고 아이들 방학 때 기회가 된다면 꼭 만나야지. 나 보러 베트남 와줄 거지? 꼭 와야 해"
나: " 기회가 닿는다면 나는 꼭 갈꺼야! 너무 가고싶어! 타국에 살면서 특히 엄마의 신분으로 '친구'를 만드는 게 어려운 거 같아. 너는 이렇게 많은 지역을 이동하면서 너의 친구를 어떻게 만들어?"
Gabi" 나의 친구 만들기 어렵지. 공감해. 친구를 만든다면 아무래도 첫 번째는 아이들 학교, 두 번째는 내가 운동하거나 나의 취미생활을 하며 만난 사람들이야. 그렇지만 엄마들은 주로 본인의 나라 사람들과 교류하는 걸 선호해. 하지만 나는 다양한 국적의 친구를 만드는 게 좋아. 계속해서 이나라 저나라 이동해서 살아야 하는 엄마들(특히 UN, World Bank)은 친구를 만드는 거에 관심이 없더라. 이미 그런 부분에 피곤한 거겠지. 이해해."
나:"나는 싱글일 때 Washington D.C에 있었고, 그때는 정말 다양한 나라의 친구들과 관계를 맺고 친구를 만들고 했는데 결혼 후 타국에 지내면서는 진짜 그게 잘 안되더라. 아무래도 내 관계가 다 아이들과 연관되어 있어서 더욱더 그런 거 같아."
그녀와 대화를 나누며, '관계'라는 것이 만국공통으로 모든 엄마들이 다 어려워하고 고민하는 부분이구나! 생각이 들었다. 좁은 관계망 그리고 나의 관계가 곧 내 자식과 연결되어 있기에 주재원 엄마가 '나만의 친구' 만들기란 정말 어렵다는 걸.
그녀가 곧 베트남으로 가고 나면 자카르타가 참 허전할 것 같다. 국제학교지만 다들 외국에 살았던 경험이 다분해서 외국인에게 그렇게 관심이 많지도 않고, '친구'만들기도 적극적이지 않은데, Gabi는 나의 유일한 '외국인 친구'였다. 우리는 서로 만날 때마다
" 왜 다들 그렇게 친구들 만들기에 소극적이야?"
이야기를 하고, 그녀도 나도 집에 아이들을 초대해서 플레이데이트에 열정적이었지만 다른 엄마들은 그렇지 않았기에
"난 그 애 다섯 번도 더 넘게 초대했어. 근데 그 아이는 내 아이를 단 한 번도 초대하지 않았어. 너무하지 않아? 왜 다들 아이들 플레이데이트를 계획하지 않지?"
라며 의아해 하곤 했다. 아무래도 이 부분은 코로나 펜데믹 전 후로 상황이 정말 많이 바뀐듯하다.
국적은 다르지만 나와 이렇게 한마음 한뜻이었던 Gabi. 그녀와의 관계는 쭉 지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