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강의를 하고 싶으세요?

내가 추구하는 강의의 본질

by 월천강의

안녕하세요. 월천강의입니다.


이번 글은 강의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강의에 관심이 있으신 분, 특히 강의를 한 번이라도 해보신 분이라면 큰 도움이 되실 거라 믿습니다.


먼저, 제가 추구하는 것부터 한 번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추구하는 강의의 본질


1. 사람은 변하는가, 변하지 않는가? 이 단순한 질문에서 강의는 시작됩니다. 10년을 넘게 고민했던 주제입니다. 어떻게 대답하느냐를 보면 그 사람의 인간관(人間觀)을 알 수 있습니다. 저는 답하지 않겠습니다. 당신은 어느 쪽입니까? 한 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2. 강의의 궁극적인 목표는 '학습'입니다. '학습'되어야만 강의가 된 겁니다. 여기서의 학습은 그냥 학습이 아닙니다. 주변의 환경과 자극에 끊임없이 적응하는 과정에서 성장하고 성숙한 모습으로 변화하는 것이 학습입니다.


3. '학습'이 되었다면 자극에 대한 '반응'이 달라지게 됩니다. 만약 강의 전에 S라는 자극에 A라고 반응해서 좋지 않은 결과가 나왔다면, 강의 후에는 S(또는 S')의 자극을 받았을 때 B 또는 C라는 올바른 반응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4. 올바른 반응은 결국 '문제해결'을 의미합니다. 즉, 학습을 통해 기존에는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학습이 잘 된 것입니다.


5. 마케팅과 강의는 원류도 같고 겉으로 보기엔 많이 닮은 것처럼 보이지만 제가 볼 때는 결이 다릅니다. 단, 이 부분은 정리가 더 필요해서 나중에 다시 언급해 보겠습니다.


'지향'하는 강의 스타일


1. 강의를 '설계'합니다.


여기서의 설계란 강의의 가장 '끝단'까지 염두 해서 만든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영어로 'design'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강의의 목적부터 구체적인 목표를 정확히 정의합니다. 목표를 정할 땐 교육 후에 나올 학습자 반응을 반드시 고려합니다. 학습자의 감정까지 포함합니다. 학습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떤 방법론을 쓸 것인지를 단계별로 고민합니다.


2. 쉽게 학습할 수 있어야 하고(易)/단순한 지식보다 지혜를 추구하고(智)/실질적인 변화(行)를 추구합니다.


이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결코 아닙니다. 어떻게 하면 쉽게 학습시킬 것인지, 어떻게 하면 단순 지식이 아닌 인사이트(Insight)로 울림을 줄 것인지, 어떻게 하면 단 하나라도 실질적인 변화를 도모할 수 있는지를 알려면, 교수 이론은 물론이고, 뇌과학, 인지심리학, 행동심리학, 조직 행동, 소비자행동 등 많은 분야를 끊임없이 공부해야 합니다. 교안 한 장, 강의 멘트 하나 하나가 모두 노력의 결과물입니다.


교육생에 대한 파악 또한 지속적으로 해야 합니다. 그들이 평소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어떤 부분에 가치를 느끼는지, 수업을 받을 때 심리상태는 어떠한지 등, 지속적인 관심과 관찰이 필요합니다.


같은 수업이라도 그날의 날씨나 분위기, 시간에 따라서도 달라집니다. 이런 다양한 변수들을 적절하게 통제하면서 원하는 목표를 달성해야 합니다. 그래서 강의는 할 때마다 어렵다는 생각입니다.ㅠㅠ


3. 개념적인 부분을 설명할 때는 반드시 정의(뜻)을 먼저 '합의'하고 시작합니다.


같은 단어라도 사람마다 자신만의 프레임으로 해석하기 때문에, 자칫하면 큰 혼란을 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갈등'은 우리가 평소 얘기하는 갈등과는 사뭇 다릅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갈등의 사전적 정의는 '개인의 정서나 동기가 다른 정서나 동기와 모순되어 그 표현이 저지되는 현상'입니다. 쉽게 얘기하면, 내가 뭔가를 하려 할 때 상대방(개인 또는 집단)이 반대의 의지나 행동으로 내가 생각하거나 행하려 하는 것을 가로막는 현상입니다.


%EA%B7%B8%EB%A6%BC1.jpg?type=w773 제가 생각하기에 갈등을 가장 잘 표현한 이미지입니다. 서로 삿대질하고 싸우는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이것은 '아침 뭐 먹을까? 갈등이네..'에서 얘기하는 갈등이 아닙니다. '저 사람과 갈등이 너무 심해'라는 표현도 감정이 섞여있다면 갈등을 잘못 이해한 겁니다.


갈등은 그저 '가로막힌 상태'일 뿐인 겁니다. 생산적인 갈등이 그래서 있는 겁니다. '갈등'과 갈등으로 인한 '감정'. 이 두 개는 반드시 분리해 놓고 얘기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갈등의 원인과 해결책을 제대로 직시할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정의 하나만 잘 내려도 인사이트가 상당한 것을 여러 번 경험했습니다.


4. 이론을 중시하긴 하지만, 어려운 용어는 최대한 자제하고 쉬운 비유를 통해 이해하게 합니다.


지식의 저주를 피해야 합니다. 지식의 저주를 푸는 기술적인 방법 중 하나는 '도치법'(제가 개발한 이론 ㅎ)이고, 또 하나는 '비유'입니다. 특히 어려운 용어를 사용할 때 비유는 대단한 힘을 발휘합니다.


단, 조건이 있습니다. 비유를 했는데 일부만 설명할 수 있으면 그것은 잘 된 비유가 아닙니다. (도치법과 비유는 나중에 강의에서 다시 설명하겠습니다.)


5. 경험 기반의 학습과 Activity를 통한 성찰을 중시합니다.(필요시 토의/Workshop 병행 설계)


'밥 파이크의 창의적 교수법'이라는 책 서두에 나오는 원칙이 있습니다. 소위 성인학습에 대한 가장 기본이 되는 원칙인데, 문장은 단 두 개이지만 두고두고 곱씹어 볼 만합니다.


제1원칙: 어른은 몸집이 큰 어린아이다.

제2원칙: 사람들은 자신의 정보와 의견에 대해서는 논쟁하지 않는다.


경험이 적은 아이가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면, 경험이 많은 어른은 더 많이 배울 수 있다. 어른은 자신의 경험을 기준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강사가 모두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경험에서 80%를 찾게 하고, 강사가 나머지 20%만 채워주기만 해도 충분히 학습이 일어난다. 이런 뜻입니다.


그래서 제 수업은 토의나 Activity가 유독 많습니다. 80%는 그들이 꺼내놓도록 도와야 하기 때문입니다. 단, 전제가 있습니다. 강사는 학습자를 믿어야 합니다. 믿기지 않더라도 믿어줘야 합니다. 그래야 진짜 변화가 일어납니다.


6. 절대적으로 '단순한' 교안을 선호합니다.


단순하다는 것은 글자 수를 얘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줄 때' 단순함이 극대화됩니다. 그것이 교육생을 배려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단순함은 고민 끝에 나옵니다. 사실 가장 어렵고도 중요한 기술입니다. 이 부분은 나중에 교안 작성할 때 질리도록 말씀드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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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그냥 말하듯이 하는 강의, 즉, '자연체'를 추구합니다.


멋진 외모와 아나운서 같은 발음, 사람들 앞에서 얘기해야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동경하는 모습이지만, 그것이 필수조건은 절대 아닙니다. 경험상 겉만 번지르하고 속은 없는 강사가 훨씬 많습니다.


제가 아는 최고의 위치에 계신 강사님들은 모두 평범한 외모의 소유자입니다. 그중에서도 20년, 30년째 현역으로 활발하게 활동하시는 강사님들은 더더욱 평범한 외모를 가지고 계십니다.


이분들의 공통점은 '자연체'라는 것입니다. 그냥 말하듯이 강의합니다. 그냥 자연스럽게 듣게 됩니다. 웃었다가 찌푸렸다가.. 교육생은 강의인지 아닌지도 분간하지 못합니다. 분명히 딱딱한 직무교육인데, 강사도 전혀 모르는 사람인데, 강의가 끝났을 때 교육생은 그분의 팬이 됩니다.


발음이 너무 샌다면 연습을 통해서 교정할 수 있습니다. 완벽할 필요는 없습니다. 타고난 외모는 바꿀 수 없어도, 에너지와 생동감이 넘치도록 관리는 할 수 있습니다. 그 외에 뭐가 더 필요할까요? 없습니다. 그러니, 혹시라도 외모에 자신이 없어서, 목소리가 너무 작아서 강의는 엄두도 못 내신다면, 그것만큼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8. 음악 하나, 영상 하나에도 가능한 한 의미를 연결합니다.


강의를 종합예술이라고 부르는 이유 중 하나는 한 편의 영화처럼 이미지/영상/음악 등을 짜인 각본에 따라 배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미디어 요소는 학습자의 '감정'을 자극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주 섬세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예시를 들면 이렇습니다.


1) 음악: 가벼운 토의 시에는 경쾌한 경음악(Instrumental Music)을, 깊은 성찰을 해야 할 때는 아주 잔잔한 경음악을, 활동을 많이 하는 Activity 시에는 빠르고 밝은 K-pop이나 팝송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교육생의 연령대가 다양할 경우엔 어떤 음악을 쓰고, 특정 연령대이면 어떤 음악을 쓰고...까지 고려합니다. 가사를 따라 해도 좋을 때가 있고, 따라 하면 안 될 때가 있습니다. 음량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음량을 조절하여 토의를 활성화시키기도 하고 중단시키기도 합니다.


2) 이미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가장 잘 담은 이미지를 찾아야 합니다. 이미지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 외에 다른 생각이 들지 않도록 세심하게 신경 써야 합니다. 저작권을 신경 쓰되, 가능한 한 화질이 좋은 것으로 선택합니다.


3) 영상: 이미지 사용법과 비슷합니다.


- 만약 유머 영상을 쓴다면, 누가 봐도 같은 포인트에서 웃음이 나오는 영상을 씁니다. 50번 이상 봐도 질리지 않는 영상을 씁니다. 영상 시청 후에 의미를 부여합니다. 웃겨도 의미가 있어야 합니다. 그 의미가 강의에 연결되어야 합니다.



- 영화나 드라마의 한 장면을 쓸 경우에는 말하고자 하는 내용에 딱 부합하는 장면만 잘라내서 씁니다. 조금이라도 과하면 오히려 집중력이 떨어집니다. 호불호가 갈리는 영상은 무조건 배제합니다. 조금이라도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면 사전에 충분히 언급을 해주고, 혹시라도 오해가 없었는지를 확인합니다.



- 유튜브 영상을 보여줄 때는, 학습자가 그 유튜버가 누구인지 모르는 경우엔 인물과 영상의 배경을 설명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편집점이 너무 많으면 연령대가 높은 분들은 어려워할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합니다.


'지양'하는 강의 스타일


이미 '지향'하는 스타일에서 다 얘기했기 때문에, 반대 개념으로 몇 개만 적어보겠습니다.


1. 그냥 흘러가는 토크(잡담), 특히 주제에서 벗어난(삼천포로 빠지는) 강의를 극도로 싫어합니다.


2. 열정'만' 넘쳐흐르는 강의, 준비한 것이 많다는 이유로 숨 쉴 새도 없이 퍼주기만 하는 강의를 지양합니다.(설계가 잘못된 겁니다.)


3. 외모로 승부하지 않습니다.(제가 그렇기 때문에 ㅠㅠ) 콘텐츠의 질로 승부합니다.


4. 과도하게 인위적인 목소리나 몸짓(과도한 손동작 등)을 지양합니다.


5. 단순한 흥미 또는 재미를 위한 Ice Breaking/Spot/음악/영상 자료 등은 절대 지양합니다.


6. 만족도를 구걸하지 않습니다.



쓰다 보니, 역시 할 말이 많네요. ㅠㅠ


사실, 제 생각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저 또한 실패한 강의 경험도 많기도 하고.. '반드시 이렇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아닙니다. 다른 스타일로 같은 효과를 내시는 강사님도 많으시고요.


하지만, 이 글은 저를 이해하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며, 어떤 강사님께는 이 철학이 아주 잘 맞을 수도 있고, 어떤 강사님께는 '일리가 있다'며 수용하실 수도 있습니다. 동의하시는 부분은 꼭 적용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이제, 질문드립니다.



당신은 어떤 강의를 하고 있습니까?


그리고,


당신은 어떤 강의를 하고 싶습니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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