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8월 3일 아침
굿모닝!
오늘이 시작되고 있어.
새벽에 거세던 바람은 이제 조금 누그러진 것 같지만
여전히 창문 옆에 붙여놓은 뉴욕 지도 종이가 바람에 흔들려.
오랜만에 부는 여름 바람이야.
태풍 '나크리'가 오늘 전국적으로 영향을 준다네.
부산에는 비가 많게는 100mm 온다던데,
해운대 해수욕장의 파도가 심하게 일렁인다던데,
울 엄마는 비가 좀 많이 내리면 그때 창문 닫으면 된다고 어젯밤 전화로 그러시데.
좀 많이 내린다는 게 얼만큼인지 모르겠어.
한여름에 찾아온 비의 빗소리를 듣고 싶어 하시는 걸까,
비가 와서 습도는 더 올라갈 텐데,
습한 것보다 그래도 바람이라고
방충망 통과해 들어오는 여름 바람이 반가운 것일까?
적어도 나는 그래.
그래서 실평수가 10평 조금 안 되는 이 오피스텔에
한 벽을 차지하고 있는 큰 창문이 있는데
가로 세로 이은 네 장의 A4용지 크기만 못하는
귀엽게 작은 사각 창문 네 개 중, 두 개를 열어 놨어.
나머지 두 개는 내 키 보다 위로 위치해서
열고 닫기가 조금 불편한 이유로 잘 열게 되지 않더라.
그렇게 창문 옆 벽에 모서리만 붙여진 뉴욕 지도 종이 밑으로
바람이 들어와 전체가 흔들흔들,
한 모서리라도 떨어지진 않을까 흔들리는 뉴욕을 보게 돼.
빨래는 잘 말라간다. 덕분에!
해는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는데,
보이지 않는 바람이 들어왔다 갔다 해서.
바람. 보이지 않지만 존재를 알지.
그러나 어디서 오고 가는지는 알 수 없는 것 또한 바람, 이더라.
흔들리는 뉴욕 지도를 드문드문 바라보게 만들어
지난 2년의 뉴욕 생활을 생각나게 하고,
그때 그대가 나에게 했던 말들 기억하게 하는 그대와 오늘,
이 집을 나서야겠다.
어디로부터 와서 언제 어디로 가는진 모르지만,
오늘 나는 그대와 함께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