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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lah Sep 16. 2016

Morning 08.03.2014

2014년 8월 3일 아침



굿모닝! 

오늘이 시작되고 있어. 

새벽에 거세던 바람은 이제 조금 누그러진 것 같지만 

여전히 창문 옆에 붙여놓은 뉴욕 지도 종이가 바람에 흔들려. 


오랜만에 부는 여름 바람이야. 

태풍 '나크리'가 오늘 전국적으로 영향을 준다네. 

부산에는 비가 많게는 100mm 온다던데, 

해운대 해수욕장의 파도가 심하게 일렁인다던데, 

울 엄마는 비가 좀 많이 내리면 그때 창문 닫으면 된다고 어젯밤 전화로 그러시데. 


좀 많이 내린다는 게 얼만큼인지 모르겠어. 

한여름에 찾아온 비의 빗소리를 듣고 싶어 하시는 걸까, 

비가 와서 습도는 더 올라갈 텐데, 

습한 것보다 그래도 바람이라고 

방충망 통과해 들어오는 여름 바람이 반가운 것일까? 


적어도 나는 그래. 

그래서 실평수가 10평 조금 안 되는 이 오피스텔에 

한 벽을 차지하고 있는 큰 창문이 있는데 

가로 세로 이은 네 장의 A4용지 크기만 못하는 

귀엽게 작은 사각 창문 네 개 중, 두 개를 열어 놨어. 

나머지 두 개는 내 키 보다 위로 위치해서 

열고 닫기가 조금 불편한 이유로 잘 열게 되지 않더라.


그렇게 창문 옆 벽에 모서리만 붙여진 뉴욕 지도 종이 밑으로 

바람이 들어와 전체가 흔들흔들, 

한 모서리라도 떨어지진 않을까 흔들리는 뉴욕을 보게 돼. 


빨래는 잘 말라간다. 덕분에! 

해는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는데, 

보이지 않는 바람이 들어왔다 갔다 해서. 


바람. 보이지 않지만 존재를 알지.

그러나 어디서 오고 가는지는 알 수 없는 것 또한 바람, 이더라.


흔들리는 뉴욕 지도를 드문드문 바라보게 만들어 

지난 2년의 뉴욕 생활을 생각나게 하고, 

그때 그대가 나에게 했던 말들 기억하게 하는 그대와 오늘, 

이 집을 나서야겠다.

어디로부터 와서 언제 어디로 가는진 모르지만, 

오늘 나는 그대와 함께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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