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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lah Sep 16. 2016

August Morning

8월의 아침

굿모닝! 

며칠 전 하루 종일 내렸었고 어제의 비도 그쳤지만, 

오늘 간간히 소나기가 올 거라고 하더라. 

해는 이미 떠올랐지만, 

안개와 구름에 가린 새벽의 하늘 저편을 향해 

덜거덕덜거덕 소리 내는 열차는 

분명 빠른 속도로 여행객들을 싣고 달리고 있을 거야. 


조금 후 나도 여행객들 무리에 있게 돼. 

지정된 자석에 앉아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창밖을 바라보며, 

어디를 향해 달리는지 잠깐 망각하게 되는, 

그래도 되는 열차로! 가 아닌, 

깔끔한 차림에 (조금 불편해 보이는 차림일 수도 있는), 

이미 빽빽이 그 칸을 채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야만 하다니... 

아니, 그들을 안으로 밀어야 하는 임무 또한 맡게 되더라. 

더군다나 기다리는 줄에 맨 앞자리에 서게 될 때가 간혹 있는데, 

그땐 어깨가 아주 무거워. 

지하철이 들어오는 알람이 울릴 때 

긴 호흡을 들이마시게 돼. 

어깨와 어깨가, 

머리 뒤통수와 뾰족한 코가 

닿일래야 닿지 않을 수 없는 

그런 거리를 친절히 유지해야만 하는, 

임무이자 책임이야. 

처음 보는 여행객들과 어느 다른 날보다 가까워. 


며칠 되지 않았어. 

출근길을 맞닥뜨리는 것이. 

할 수만 있다면 조금 더 잠을 자고, 

조금 더 늦게 잠들어 떠나는 

하루 여행의 때를 늦추곤 했는데. 

당분간은 붐비는 통로를 대면하게 되었고 

낯설지 않게 되겠지? 


오늘은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추이자 

일 년 중 가장 덥다는 말복이라더라. 

5월 말에 입국하여 

2개월 반이라는 여름을 보내다 보니 

시간은 흐르고 계절은 변하여 

어느덧 가을이 그리 멀지 않은 문턱 너머에 와 있네. 

가을을 알리는 날인데 여름의 멋인 말복이라 하고, 

그러한 더위를 소나기가 식힐 것이라 그러고.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위하고 있어. 

내 위치와 기준에서 삶을 바라보고 행동하는 것이 아닌, 

그대의 필요를 알고 필요를 채울 수 있음이 

삶을 대하는 최선의 모습이고 사랑이라 하던데, 

정말 오늘은 이미 그리 행할 것이라고 예고하고 있구나. 


나도 그대와 그런 오늘을 기대해 보고 싶어. 

내일이 오기 전, 

오늘 하루를 마치기 전까지, 

무리들 사이에서, 무리들 밖에서 

그대와 그런 오늘을 기대해 볼래. 


또 다른 열차가 지나간다. 

이제 문을 나설게. 

오늘 하루 최선을 다하고 사랑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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