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하루 한 글

독서광은 아니지만, 도서관은 사랑해

by 휴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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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부터 워낙 내향적인 아이였다.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것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이 꼭 필요했던 것 같다. 친구들과 하루종일 부대끼며 놀고 집으로 돌아오면 왠지 모르게 몸도 마음에도 기운이 쭉 빠져나가는 듯 했다. 오롯이 혼자 있을 수 있으면서도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들이 가득 한 곳. 언제나 한결같은 모습으로 존재하며 물리적으로도 공간의 분위기도 안전지대의 느낌을 지니고 있는 곳. 나에게 그 장소는 바로 도서관이었다.


도서관 다녀올게, 하고 집을 나서는 발걸음부터가 나에게는 충전의 시작이었다. 빌린 책들을 가방에 넣고서 도서관으로 타박타박 향하는 발걸음. 그 날의 길동무가 되어 줄 플레이 리스트를 신중하게 골라 채워넣고 아무도 듣지 못할 크기로 노래를 흥얼거리며 도서관으로 향하는 짧은 여정. 목적지는 뚜렷했고, 그 곳으로 향하는 길에서 만나는 다양한 풍경들 속에서 나도 모르는 새 내 맘 속에 쌓여있던 감정의 응어리들이 조금씩 뭉그러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도착한 도서관은 언제나 묵직한 공간감으로 나를 반겨 주었다. 한 분야를 진득히 파고들지는 못하지만, 다양하게 호기심은 많은 나에게는 광활한 욕구 충족의 장소였다. 게다가 인심 좋게도 그 모든 것들이 공짜였다.

다 읽지도 않았고, 못하지만 그 곳에 있는 책들의 제목들만 스윽 눈으로 훑어 내려가는 것만으로도 마치 그 책들의 2할 정도는 알고 있다는 자기 만족감에 뿌듯해졌다. 지적 허영심을 충족하는 행위를 마음껏 할 수 있었고,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구경할 수도 있었다. 무언가 집중하고 몰두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괜히 나도 더 열심히 살아보아야지 귀여운 다짐도 해 보고.


어른이 된 나는 여전히 도서관을 사랑한다. 국내든 해외든 여행을 떠나게 되면 꼭 빠짐없이 들르는 곳이 그 지역의 도서관일 정도니 말이다. 지역마다 나라마다, 특색은 다르지만 도서관에서 느껴지는 그 공통적인 바이브가 나에게는 안정감을 느끼게 해 준다. 그 안정감이 나에게는 위안처럼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다독인이 아니지만 도서관을 사랑하는 나는, 아마 호호 할머니가 되어서도 도서관 어딘가를 느릿느릿 거닐고 있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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