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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아빠가 수술을 하셨다. 심각한 수술은 아니였지만 그래도 걱정이 되고 마음이 무거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어려서도, 어른이 되어서도. 늘 내가 아프거나 무슨 일이 있을때마다 제일 먼저 찾게 되는 사람은 여전히 부모님이다. 3n살이지만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나에게는 보호자로써의 아빠 엄마. 그런데 하루가 다르게 기력도 총기도 예전같지 않으심을 느낀다.
나에게 아빠는 평생 절대로 아프지도 쇠약해지지도 않을 존재였다. 늘 활기차셨고 건강하셨으며 체격도 건장하셨기에 과거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쭉 그러실거라 생각했다. 당연하게. 하지만 어쩌면 그것은 그렇게 믿고싶었던 나의 마음이 아니었을까.
속상한 일이 생겼을 때. 내가 곤란한 상황에 처했을 때. 아파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 제일 먼저 달려오는 사람.
심지어 여행을 갈때나 다녀올 때도 아빠는 언제나 역이나 공항까지 나를 차로 데려다 주시거나 마중을 나오셨다.
나는 그런 아빠를 당연하게 생각하도록 되어버렸다.
수술실로 들어가던 아빠의 힘없는 모습. 마취에서 깨어나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는 모습. 스스로 세수도 할 수 없어 수건으로 아빠의 얼굴을 닦아드릴 때 보였던 깊은 주름들. 나에게 슈퍼맨이었던 아빠는, 나에게만. 내 마음속에서만 슈퍼맨이셨던 걸 깨달았다.
실은 세월의 흐름 속에서 약해지고 계셨음을. 나는 자식이라는 이름으로. 아빠의 딸이라는 이유로 아빠의 무한한 사랑에 철없이 무임승차하고 있었음을.
염치없지만, 앞으로도 나는 쭉
무임승차하고 싶다.
이것 저것 재지 않고 무조건적인 사랑 속에서.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오래오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