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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멘토라는 단어가 유행처럼 번져나갔던 때가 있었다.
누군가에게 가르침을 주고 지도 및 조언을 해 주는 사람. 아마 스승도 멘토와 비슷한 의미를 지니고 있을 것이다. 깨달음과 가르침을 주고 이끌어 주는 존재.
하지만 막상 나에게 '인생의 스승이 누구십니까?' 라고 물어본다면 한참을 고민하고서도 끝내 대답을 하지 못할 것 같다. 물론 나에게 가르침을 주신 멋지고 훌륭한 분들도 많았다. 누군가를 통해 깨달음을 얻기도 하고 감명받기도 했지만 인생 전체를 두고서 생각해 보면, 글쎄. 잘 모르겠다. 인생의 각 고비들마다 다시 어떻게든 그 상황을 극복하고 이겨 낼 수 있도록 끊임없이 나의 손을 잡아 이끌어 주었던 존재가 있었던가.
결국 풍파에 휩쓸리고 넘어져 상처투성이가 된 몸과 마음으로 지하 오백미터의 동굴 속으로 들어갔을 때. 해답이 있기는 한걸까, 싶을 만큼 엉망이 된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온 몸으로 궁리했을 때. 결국 눈물을 슥슥 닦고 발꿈치에 힘을 꾸욱 주고 어떻게든 일어나보아야 겠다, 마음 먹게 하는 것은 예상치 못한 것들이었다.
매서운 바람이 쌩쌩 부는 날 길을 걷다 엄동설한에도 꾿꾿이 싹을 틔워낸 손톱만한 새싹. 찌는 듯한 더위에도 짜증스럽거나 지친 기색 하나 없이 활기찬 목소리로 장사를 하고 계신 시장의 아주머니들. 수학 쪽지시험에서 아깝게 한 문제를 틀려서 비타민을 받지 못한 친구에게 기꺼이 자기가 받은 비타민을 건네는 아이의 손. 새카만 새벽의 하늘빛이 여전한 시간에도 종종걸음으로 일터로 향하는 사람들의 발걸음. 거짓 없이 돌고 돌아 돌아오는 절기의 변화. 사락사락 내려 앉는 벚꽃비의 풍경. 내 주변의 모든 사람들의 삶과 자연의 모습들이 어떤 연관성도 없음에도 나의 삶의 장면들에 들어와 각 장면들마다 다른 가르침으로. 다른 깨달음으로. 내 삶을 지속해 나갈 힘을 주었다.
그래서 나는,
사람들의 삶이 가장 흥미롭다. 자연의 모습이 가장 위대하고 경이롭다.
그 모든 것들이 나에게 가르침을 주는 위대한 내 삶의 스승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