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하루 한 글

일머리에 대한 고찰

by 휴운

*

아주 어린 아이였을 때가 떠오른다. 레고 블럭을 가지고 내가 원하는 모양 하나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이 블럭을 끼웠다가 다시 풀어냈다가를 반복했었는지. 머리로 생각하는 것과 실제로 행하여 만들어지는 것 사이의 다름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을. 무언가 만들어지는 데에는 순서라는 것이 존재하고, 과정을 줄일 수 있는 방법들이 있다는 것을. 어떤 선택으로 실행하는가에 따라 시간과 노력, 에너지의 불필요한 소모가 줄어든다는 것을.


그렇게 이렇게 저렇게 실패의 과정을 거치고 나름의 요령을 터득하여 끝내 내가 원하는 것을 만들어 냈을 때의 뿌듯함이란. 마치 에펠탑이라도 쌓은 것 마냥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엄마 아빠 그리고 주변의 누구라도 소환하여 나의 성과를 자랑하고는 했다. 하나의 성공 경험은 또 다른 과제에의 도전 의식을 부추긴다. 새로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이전의 성공 경험에서 축적된 exp가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


내 안에 축적된 '일머리'라는 이름의 것들은 거의 모두 이런 일련의 과정들로 생겨난 것들이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패 속에서 나에게 최적화된 방식으로 적립된 노하우들. 그렇게 생각하면 굳이 에디슨의 백열전구 발명 일화를 끄집어내지 않아도 거듭된 실패에 좌절할 필요가 없음을 깨닫게 된다. (물론, 이렇게 받아들이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은 일임을 안다. 나는 위인이 아닌 범인이기 때문이다.)


나는 탁월한 일머리를 지니고 있는 사람들을 볼 때면 부러움 보다는 존경심이 앞선다.

그 탁월한 일머리를 지니기까지의 과정들은 분명 쉽지않았을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을, 믿는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만약, 그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