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하루 한 글

포기

by 휴운


포기라는 말은 김장할 때나 쓰는 말이야.

이런 한 물 간 우스갯소리가 자동반사처럼 튀어나오는 걸 보니 나도 모르게 나의 연식을 깨닫게 된다.

(자매품으로 가수 성진우 님의 ‘포기하지 마-’라는 노래도 있다. 물론 내가 아주 어렸을 때 발매된 앨범이지만…이라고 뒤늦게 연식세탁을 시도 해 본다.)


포기라는 말. 왠지 포기라는 단어에는 인내하지 못하고 놓아버린다는. 그만두어버리겠다는 나약함의 표현인 것만 같은 뉘앙스가 숨어있다.

포기할래, 포기하고 싶어.라는 말을 소리 내어 말하는 것만으로도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하릴없이 항복해 버리는 것만 같다.


살아가다 보면, 해도 해도 도저히 안될 것 같이 느껴지는 일들이 있다. 내 의지와 노력만으로는 도저히 어떻게 할 수 없는 것들. 누군가는 내 의지와 노력의 박약함을 지적할지도 모른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말을 하면서. 노력과 최선에 상한선이라는 것이 어디 있냐고 되물으면서.

하지만 나는 그런 사람들에게 되물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도저히 닿을 것 같지 않은 무언가에 다다르기 위해서. 나아지기 위해서, 성취하기 위해서. 그렇게 나의 모든 것을 쏟아부어 노력하고 견디어가는 과정 속에서 -


나는 행복한가요?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요?

나는 … 살아있나요?


멈추어야 할 때가 어느 지점인지 알고 멈추어 포기를 선언할 수 있는 용기를 지닌 사람으로 살고 싶다.

멈추어야 할 때가 분명히 언제인지를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




*이형기 선생님의 낙화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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