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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한 일본 의사가 쓴 <인생을 두 배로 사는 아침형 인간>이라는 책이 이슈가 되면서 우리 나라에서도 아침형 인간 열풍이 분 적이 있었다. 책의 내용은 사람은 원래 일출과 동시에 일어나고 일몰과 함께 잠자리에 드는 생활을 해 왔었기 때문에 해가 뜨는 시간인 아침일찍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 신체의 리듬상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더불어 아침 시간을 잘 활용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이다. 이후로 '아침형 인간' 이라는 말은 이른 아침에 하루의 일과를 시작하여 아침시간을 활용함으로써 성공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사람의 의미로 통용되고 있다.
나로 말하자면 확신의 '아침형 인간'이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새벽형 인간'에 더 가까울지도.
학창시절까지만해도 달콤한 늦잠을 즐기기도 하고 새벽의 고요함을 듬뿍 즐기기 위해 올빼미형 생활패턴으로 지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곰곰 생각해보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생이 늦잠을 썩 즐기지는 않는 성향이었다. 꼬마시절에도 아침 8시 디즈니 만화동산을 보기 위해 주말에도 늦잠을 자지 않았고, 가끔 늦잠을 자고 일어났을 때의 어딘가 비현실적인 느낌이 싫었다. 평범했던 일상에서 어딘가 뒤틀린채로 하루를 시작하는 기분이랄까. 초예민한 성향으로 잠을 푹 자지 못하는 편이라, 늦게까지 잠자는 것 자체가 불가하기도 하고.
무튼, 나는 여러모로 아침형 인간으로 살아갈 자질을 갖춘 사람이었다.
그러나 결정적 계기 또한 분명히 있다. 대학 졸업 후 시작된 수험생활은 스파르타 학원생처럼 내자신을 몰아붙여 새벽 기상인으로 변하게 만들었다. 이것이 첫번째 계기이다.
그리고 두번째 계기는 직장이 집과 멀리 떨어진 곳이었기에 지각을 하지 않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동도 트지 않은 새벽에 일어나야만 했다. 장거리 출퇴근러의 비애였다. 더군다나 그당시의 나는 장롱면허증 소지자로 대중교통으로 줄퇴근을 해야했으니. 시계를 보지 않으면 밤인지 새벽인지 분간이 가지 않을 시간에 일어나 감은 눈으로 집을 나서는 생활을 10여년. 그 결과 이젠 시계가 없어도 (원래 알람을 설정하지 않고도 매일 정확히 같은 시간에 눈을 뜨고는 했다. 이렇게 사람의 무의식이 놀랍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전국 방방 곡곡 심지어 해외에서도 거의 같은 시간에 눈을 뜬다. 월화수목금토일, 주말, 공휴일 1년 365일 예외가 없다. 이 놀랍도록 정직하고 성실한 신체리듬이라니.
한 때는 이런 나의 생활 패턴이 측은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수험생활과 생업으로 인해 인생의 달콤함을 잃어버린 기분이랄까. 드라마나 영화에서 늘어지게 늦잠을 자고 일어나 배를 벅벅 긁으며 느지막히 하루를 시작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공감 불가. 물론, 새벽에 눈을 뜨고 나서도 다시 누워 눈 꼭 감고 쭉 누워있으면 그만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건 또 느낌이 다르지 않은가.
이렇게 말하고 보니 이런 새벽형 인간인 나의 생활 패턴을 서글프게만 묘사한 것 같지만, 실은 이런 내가 꽤 마음에 든다. 모두가 잠든 이른 새벽에 눈을 뜨면 주위는 온통 고요하다. 달리기에 젬병이라 한번도 달리기에서 1등 해 본적도 없는데, 일찍 일어나기에서라도 1등을 한 것 같아 제법 뿌듯하기까지 하다.
일찍 하루를 시작하는 것만으로도 왠지 부지런함 필터링까지 되는 기분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일찍 일어났을 뿐인데 일어나자마자 긍정적인 자아존중감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니. 그것만으로도 좋은 습관이 아닐 수 없다.
이왕 이렇게 좋은 습관을 지니게 된 김에 더 적극적으로 이 습관을 활용해보리라 마음을 먹은 요즘은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기 전에 몇가지 일들을 실천해보려 노력중이다. 천천히 심호흡하기. 바른 자세로 앉아 고요히 명상하기. 일어나자마자 미디어부터 찾지 않고 단 1분이라도 스스로 생각하거나 읽고 쓰는 행위를 하기. 아주 작은 것이라도 꾸준히 반복하다보면, 의식하거나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마치 내가 어느순간 새벽형 인간이 되어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결국, 좋은 습관은 또 다른 좋은 습관의 마중물이 된다.
어느 순간 일상처럼 나의 삶에 녹아든 좋은 습관이 조금 더 나은 나를 만들어 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