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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어렸을 때부터 음악과는 떼어낼 수 없는 관계였다. 라디오를 늘 들었던 우리집이었기에 자연스럽게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들을 들으며 삶의 배경으로는 항상 음악이 흐르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던 것 같다. 주말마다 대청소를 할 때에는 아빠가 방문판매원의 영업에 넘어가 구입한 클래식 LP 시리즈가 비지엠이 되었다. 조금 더 큰 어린이가 되어서는 오빠의 영향으로 함께 카세트 테이프를 모았다. 좋아하는 가수는 물론이고 열렬히 좋아하지는 않더라도 음악이 멋진 가수의 테잎들까지 모으다보니 어느새 꽤 거대한 컬렉션이 되었다.
세월이 흘러 씨디의 시대가 도래하였고, 나는 중학생 그리고 고등학생이 되었다. 자라난 키만큼 듣는 음악의 영역도 넓어지고 깊어졌다. 힙합 뉴에이지 가요 팝송 인디뮤직 등. 장르를 불문하고 좋은 음악을 수집하는 기분으로 열심히 탐음활동을 하던 나날들. 손끝으로 톡 건드리기만 해도 눈물이 꽉 차오르던 주체못할 감성으로 충만하던 시기였으니 그 때 들었던 음악들로 그 시절의 감성이 다져지고 채워졌을 것이다.
그렇게 인생의 8할 이상을 탐음하며 보내왔기에 나에게 플레이리스트는 꽤 큰 의미이다. 싸이월드시절 열심히 도토리를 모아 내 취향으로 엄선한 뒷동산 음악을 채워가는 일이 얼마나 흐뭇한 일이었는지. 친구들도 우스갯소리로 과제하거나 컴퓨터 할 때 비지엠으로 내 미니홈피 음악을 틀어둔다거나, 음악들으러 내 미니홈피에 들어온다며 수줍게 고백하고는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왠지 모를 뿌듯함에 올라가는 입꼬리를 흠흠, 하며 태연한 척 숨기고.
실은 나만의 플레이리스트가 특별했던건, 내가 좋아하는 음악들을 꼬옥 맞는 상황에서 떠올려 듣는 즐거움과 뿌듯함 이상의 의미였던 것 같다. 일종의 나만의 아이덴티티 같은 것. 누구나 보편적으로 좋아하고 즐기고 유행하는 그런 것이 아닌, 아주 오래전부터 나만의 서사로 차곡히 쌓인 컬렉션 같은 느낌.
앞으로 더 풍부해질 나의 플레이리스트에는 어떤 음악들이 채워질까. 작은 기대로 두근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