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이켜 생각해 보는 일.
지금보다 이전의 기억들을 끄집어내어 찬찬히 다시 들여다보면 그때의 감정과 꼬옥 같은 마음이 아닌 경우가 많다. 흘러온 시간 속에서 휘발되어 버린 것들도 있고, 나도 모르게 다른 필터를 덧입혀버리는 것들도 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무언가를 돌이켜 생각해 볼 수 있다는 건 돌이켜 생각해 볼 마음을 먹을 수 있는 기억으로 나에게 남겨져 있다는 것이다.
떠올리는 것조차 괴롭고 고통스러운 것들이라면 굳이 다시 돌이켜 생각해 볼 엄두조차 낼 수 있을까. 다시는 내 인생에 나타나 나를 괴롭히지 않도록 꽁꽁 싸매어 마음속 어딘가에 봉인해 버렸을 테니까. 내 인생에 그런 순간은 없었어, 하며 쌀쌀맞은 표정으로 모른 척할 테니까. 다시 기억한다는 건 손톱만큼이라도 애정과 애틋함이 필요한 일이니까.
돌이켜 생각해 보는 일은 내 인생을 좀 더 사랑하고 아껴주는 토닥임 같은 것. 그 시절 그 순간의 나를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 잘 살아냈다고, 잘 살아왔다고. 따끔거리는 상처는 호호 불어주며, 반짝였던 순간은 더 크게 웃어주면서. 잠시 멈추어 숨을 한 번 고르고, 지금의 나와 앞으로의 나에게 찡긋 윙크해주는 그런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