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하루 한 글

무중력은 과연 자유로운 상태인가

by 휴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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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중력이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떠오르는 것은 우주복을 입고서 두둥실 떠올라 우아하게 유영하는 모습일 것이다. 지구상의 생명체라면 의지와 상관없이 태어나자마자 죽을 때까지 받게 되는 중력의 작용. 마치 생명체의 숙명 같은 그것을 벗어난 상태라니, 상상만 해도 신비롭고 비현실적이지 않은가.


중력을 나를 끌어당기는 힘, 언제 어디서나 나를 붙잡고 있는 무언가라고 정의한다면 그것을 벗어난 무중력의 의미는 마치 자유 그 자체인 듯한 느낌이다. 처음 무중력이라는 단어를 떠올렸을 때 연상되는 바로 그 이미지. 모든 속에의 굴레에서 벗어나 오롯이 고유한 나로 존재하는 듯한.

하지만 아무 외력도 작용하지 않는 그 무중력의 상태는 과연 자유롭기만 할 수 있을까.


얼마 전 우주정거장을 배경으로 하여 그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주제로 했던 드라마가 방영되었다. 그 드라마에서만 보아도 무엇 하나 내 의지대로 손쉽게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었다. 지구별에서는 아무 의식 없이 매일 하고 있는, 이루어지고 있는 일들이 그곳에서는 마치 거사를 치르듯 이루어지고 있었다. 내가 걷고 뛰고 눕고 온몸을 움직이는 일들이, 실은 나를 24시간 끌어당기고 있는 힘에 의해 큰 어려움 없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 나를 붙잡고 있는 힘은, 실은 나를 억압하고 구속하는 힘이 아니라 더 자유롭게 많은 것들을 할 수 있게 해 주고 있는 힘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의 두 발을 내디뎌 뚜벅뚜벅 걸어갈 수 있게 하는. 어딘가에 안착되어 있다는 안정감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게 하는 보이지 않는 힘 속에서, 우리는 더 자유로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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