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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이라는 단어 앞에 '집'이라는 단어를 하나 더 붙였을 뿐인데, '밥'이라는 단어가 지닌 의미의 카테고리 자체가 달라지는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아마 사람마다 떠오르는 심상은 제각각이겠지만, 분명히 어떤 공통분모가 존재하리라고 생각한다.
어린 시절에는 일년 365일 중 특별한 경우를 제외한 모든 경우, 밥을 먹는 행위의 배경은 집이었다. 그러므로 누군가와 함께 밥을 먹거나, 누군가가 나를 위해 준비해 주는 밥을 먹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졸음을 겨우 이겨내고 반 쯤 감은 눈으로 식탁에 앉으면 얼굴 앞에 하얀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밥그릇이 놓이는 일. 빠듯한 등교시간이지만 한 숟갈이라도 더 먹고 가게 하려고 달걀 후라이에 참기름, 간장을 송송 넣고서 입에 집어 넣기만 하면 되도록 슥슥 비벼 놓아주는 엄마의 손길.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출출함을 달래며 아빠가 오실 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데우고 또 데워져 처음보다 졸아져버린 찌개와 조림을 앞에 두고 가족 모두가 함께하는 저녁식사.
그 시절 당연했던 '함께 밥을 먹는 일' 이 이제는 곰곰 기억을 더듬어야 떠올릴 수 있는 애틋한 일이 되어버렸다니.
집밥이 온기를 머금을 수 있기 위해서는 집이라는 공간이 나에게는 평온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 공간에서 밥을 먹는 행위가 행복하고 따듯한 것이어야만 가능한 것이라는 것을 뒤늦게 깨닫게 된다.
그리하여 집밥이 온기를 머금는 일은, 참 귀하고 감사한 일.
실은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라는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