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하루 한 글

그 때 우리는

by 휴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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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우리는


그때 우리는 하루 종일 뛰어다녀도 지치지 않았다. 동네 골목길은 우리만의 놀이터였고,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 중요한 사건이 되었다. 비 오는 날 물웅덩이를 밟다가 신발이 흠뻑 젖으면 세상이 끝난 것처럼 난리였고, 친구가 아이스크림 한 입 더 베어 물었다고 평생을 원망할 것처럼 소리를 질렀다.


시간은 느리게 흘렀다. 학교가 끝나고 집에 돌아와도 해가 지려면 한참 남아 있었고, 저녁을 먹고 나서도 동네 한 바퀴를 더 돌 수 있었다. 밤하늘의 별은 지금보다 훨씬 많아 보였고, 여름밤 풀벌레 소리는 라디오처럼 선명하게 들렸다.


우리에게는 대단한 장난감도, 화려한 놀이공원도 필요하지 않았다. 낡은 고무줄 하나만 있으면 줄넘기도 하고, 총싸움 놀이도 하고, 다리 걸어 넘어뜨리기 게임도 했다. 놀다 보면 사소한 다툼이 생겼고, “다신 안 볼 거야!” 하고 돌아섰다가도 다음 날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만나 놀았다.


어른들은 늘 “그때가 좋을 때다”라고 했지만, 우리는 몰랐다. 그저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고, 어른이 되면 무엇이든 마음대로 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돌아보면, 그때 우리는 모든 것을 가졌던 것 같다. 별 이유 없이 하루가 즐거웠고, 사소한 일에도 울고 웃을 수 있었다.


그때 우리는, 참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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