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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에는 사랑을 주는 것 보다 받는 것이 더 익숙했다. 익숙했다기 보다는 그것 밖에 할 줄 몰랐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수도 있겠다. 부모님의 보살핌, 관심과 애정, 그리고 내가 특별히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주어지는 따뜻한 마음들. 그렇게 차곡 차곡 받아둔 사랑의 씨앗들이, 조금씩 내 안에서 싹을 틔워 건네는 사랑을 위한 뿌리를 조금씩 내리고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렇게 점점 나이를 먹어갈수록 다양한 형태의 사랑을 주고, 또 받았다. 그럴수록 그저 좋아한다, 정도의 개념으로 정착되어 있었던 '사랑'이라는 것이 얼마나 복합적이고 입체적인. 어쩌면 철학적이기도 한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내가 건네는 사랑의 입력값과 출력값은 달라질 수 있다는 서글픔. 사랑한다는 나만의 감정에 취해, 상대방의 진짜 마음과 진정 원하는 것을 배려하지 못했던 미숙함. 내 안에 이런 자아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나조차도 낯선 나의 모습을 발견하는 일. 모두 사랑의 과정 속에서 일어난 일들이었다.
아직 사랑에 대해서 결코 잘 안다고 할 수는 없다. 아마 앞으로도 분명히 그럴 것이다. 하지만 어렴풋이 깨닫고 알게 된 것들이 있다.
하나는, 사랑은 결국 내 자신을 잘 알아야 잘 할 수 있다는 것. 누군가를 사랑하며 내 자신에 대해 철저하게 깊이 파고들어 탐구하게 되는 일이 사랑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내가 상대에게 주고 싶은 것들을 일방적으로 상대에게 건네고 쥐어주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원하는 것을 건네어주는 것. 상대의 마음이 편해질 수 있도록 나의 욕심과 마음을 꾹 참고, 삼킬 수 있는 마음. 그것이 성숙한 사랑의 마음이라는 것이다.
잘 사랑하는 일은 이렇게 마음의 품이 드는 일이다.
결코 쉽지 않지만, 그래서 더욱 의미가 있는 일.
나와 세상을 알고, 이해하며 깊이 사랑하기 위해서 사랑의 배움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