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하루 한 글

투명한 사람

by 휴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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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날것의 감정을 드러내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기쁠 때도, 슬플 때도, 화가 날 때도 내 안에서 한 번 걸러진 감정이 밖으로 나온다. 너무 과하게 드러내면 약점이 될 것 같고, 혹여 상대가 부담스러워할까 조심스러워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는 나와 반대되는 사람들에게 끌린다. 기쁜 일이 있으면 눈을 반짝이며 신나게 말하고, 속상할 땐 눈가가 붉어지는 사람. 분명 감정이 얼굴에 드러나는 건 나에겐 부담스러운 일이지만, 그런 투명한 사람을 보면 마음이 가벼워진다. 그들은 꾸밈이 없고, 머뭇거리지 않는다. 좋아하면 좋아한다고 말하고, 싫으면 싫다고 표현한다. 그런 솔직함 앞에서 나는 더 이상 상대의 마음을 추측하며 애쓰지 않아도 된다.

어쩌면 나는 투명한 사람 곁에서 대리만족을 느끼는지도 모른다. 내가 감추고 눌러왔던 감정들을 그들이 대신 표현해 주는 것 같아서. 내 안에 숨어 있던 감정이 그들의 말과 표정을 통해 해방되는 기분이 들어서.

그런 연유로, 나의 곁에 감정을 숨기지 않는 사람들이 많이 있어 주었으면 좋겠다. 투명한 사람들과 함께할 때, 나도 조금은 더 자유로워지는 것 같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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