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는 아니지만 지금껏 꽤 많은 글을 써 왔다. 어린시절 썼던 일기부터 친구와 주고 받은 펜팔. 남몰래 마음 속 넘쳐나는 감정들을 쏟아냈던 비밀 일기장과 누군가는 읽어주길 바라는 마음이기도 했던 온라인 상의 끄적임들. 여행지에서 잊고싶지 않은 순간들을 어떻게든 붙잡아두려 남겨둔 수첩 속의 기록들과 업무상의 메일, 계획서까지도. 생각해보면 그 시절의 내가 가장 밀도있게 담겨있는 기록이 바로 그 시절 나의 문장들이 아닐까 한다. 실제로 구석 구석 남겨져 있는 나의 기록들을 거슬러 읽어가다보면, 그 시절의 나와 마주하게 되는지라 자꾸만 멈추어 숨을 고르게 된다. 귓바퀴까지 뜨끈해질 만큼 부끄러워지기도 했다가, 목구멍이 울컥일만큼 애틋해지기도 했다가. 눈가에 자꾸 무언가가 차오르기도 한다.
그런데 가끔은 내가 써 두었던 글과 문장들을 읽고서 흠칫 놀라기도 한다.
이걸 정말 내가 썼단 말인가? 이게 정말 나일까.
나조차도 생경한 나의 기록과 생각들. 낯선 흔적들에 마치 한바탕 꿈을 꾸고 깨어난 듯한 이질감에 서늘해 질 때도 있다. 평소에는 나조차도 자각하지 못한 내 안의 또다른 나의 모습을, 나의 문장을 통해 발견하게 된다.
너무 나라서,
가끔은 너무 나와 달라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모두 나이기에.
너무나도 소중한,
나의 문장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