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하루 한 글

침묵의 끝에서

by 휴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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쉴 틈없이 이어지는 대화. 멈춰 서서 숨고를 틈도 없이 흘러가는 하루. 상태를 돌볼 틈 없이 야금야금 시들어가는 것들. 그것이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이 아닐까 한다.

자동화된 스크립트 처럼 형식적인 대화를 주고 받으며, 오늘의 하늘 색은 어땠는지 알 길이 없는 매일. 언젠가부터 차곡히 쌓여가기 시작한 소통의 삐걱임들도. 어긋난 부분을 서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며 탕탕 바로잡지 못한 채 정신 차려보면 돌이킬 수 없이 비틀어져버린 무수한 관계들.

우리는 모든 것들에 관성의 지배를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끊임없이 입 밖으로, 마음 속으로 쏟아내는 말과 행동들을 멈추어야 할 지점이 분명히 있다. 그 관성에서 벗어나려는 시도가 바로 침묵이다. 침묵의 시간 속에서 우리는 재정비와 숙성의 과정을 겪어내야만 한다.

일단 멈추어보자. 입과 눈과 귀를 닫고.

모든 소리들을 없애고.

침묵의 끝에서, 우리는 한 뼘 더 달라질 수 있다.

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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