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경계’에 부딪힌다. 새로운 환경, 낯선 사람, 예기치 않은 사건. 그 경계마다 우리는 곧게 나아가지 못하고 방향을 틀게 된다. 빛이 그렇듯, 삶도 그렇다. 어릴 적 꿈꾸던 길에서 벗어나 다른 길을 걷게 될 때, 우리는 종종 좌절을 느낀다. 하지만 그것이 과연 실패일까?
나는 오히려 굴절 속에 새로운 가능성이 숨어 있다고 믿는다. 빛은 굴절될 때, 새로운 각도로 세상을 비춘다. 한 방향으로만 향하던 시선이 휘어지면서,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어쩌면 인생의 굴절은 우리를 더 넓은 시야로 이끌어주는 자연스러운 과정인지도 모른다.
관계도 마찬가지다. 사람과 사람 사이엔 언제나 미묘한 굴절이 있다. 같은 말을 해도 다르게 들리고, 같은 상황을 보고도 서로 다른 해석을 한다. 그것이 때로는 오해를 낳고, 상처가 되지만, 그 안에서 우리는 타인의 세계를 이해하려 애쓰는 법을 배운다. 직선적인 소통이 불가능한 현실 속에서 굴절된 대화는 오히려 더 깊은 공감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또한 사회 속에서도 우리는 끊임없이 굴절된다. 개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구조나 편견, 제도 속에서 방향을 바꿀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굴절의 경험이 모여 변화를 만든다. 더 이상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그러나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굴절의 힘. 그것이 진짜 변화다.
굴절은 약함이 아니다. 오히려 변화에 적응하고, 새로운 길을 찾기 위한 지혜다. 똑같은 방향으로만 가려는 빛은 결국 벽에 부딪혀 멈춰선다. 하지만 굴절된 빛은 구부러지면서도 계속 나아간다. 그것이야말로 진짜 생명력이다.
인생은 굴절의 연속이다. 그리고 그 굴절의 순간들이야말로, 우리가 누구인지, 어디로 향할지를 비추는 중요한 이정표다. 나는 이제 곧게 뻗은 길보다, 부드럽게 휘어진 길을 믿기로 했다. 그 안에 더 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