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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조심성이 많은 (이라 쓰고 걱정이 많은 편이라 읽는다.) 성정으로 시작하는 것을 어려워했다. 일단 하고 보자, 라는 마음보다는 일단 하자마자 닥칠 난관들부터 시뮬레이션 하고는 했으니. 어느 것에든 마음의 문턱이 높은 편이었다. 그래서일까. 태어나 살아온 기간이 짧을수록 생에 처음 해보는 것들 투성이이라 실수도 실패도 숙명처럼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었다. 신이 아닌 이상 처음부터 잘 해낼 수 있는 것이 과연 몇 개나 되었겠는가. 하지만 그 넘어짐들이 두려워 그 무엇도 에라 모르겠다,가 되지 않으니 앞으로 나아감에 전혀 속도가 붙지 않는 기분이었다. 무언가 한 고비를 넘을 때마다 자아성찰과 마음의 상처 치유에 몇 배의 시간과 공이 들었다.
나이를 먹을수록 경험치의 범위와 깊이가 넓어지게 된다면. 이 비경제적인 과정들이 한결 나아지겠지?
노화는 비록 체력의 저하와 늘어가는 주름을 안겨주겠지만, 그런 기대의 마음으로 나이 먹음을 순순히 받아들였던 것 같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어찌하겠냐만서도....) 하다 못해 인생의 어떤 변수에도 이겨낼 맷집과 배짱 정도는 나이듦에 대한 이자로 붙을거라 믿으면서.
하지만 현 시점에서 느낀 바로는,
딱히 크게 달라지지는 않는다. 라는 생각이다.
언젠가 한 프로그램에서 윤여정 선생님께서 하셨던 말씀이 떠올랐다. 인생을 살아감은 다 처음이라 아쉬울 수 밖에 없다고. 나이가 들수록 삶의 지혜가 늘어가고 실수가 줄어들 수는 있지만 여전히 처음 살아보는 오늘이라 완벽할 수는 없다는 말. 그 말이, 그 시절의 나에게 엄청나게 큰 위안이 되었다. 아기들이 첫 걸음마를 걸을 때 수없이 넘어지고 또 넘어지듯이 지금의 나는, 내 인생에서 처음 맞이하는 순간이니까. 여전히 서툴고 실수하고 넘어지고, 그것이 당연한 것이다. 선험적인 것들이 도움은 될 수 있지만, 지금의 나에게 꼭 맞는 해결책은 아닐 수도 있는.
아픔도, 슬픔도 실수도 걱정도 모두-
처음이라 가능한 것들.
익숙해지지 않고, 능숙해지지 않을지라도
그것이 당연한 것들이라 생각하면 꽤 위안이 된다.
매 순간이 늘 처음이라, 그럴 수 있는.
이번 생은 처음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