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하루 한 글

머물고 싶은

by 휴운


*

하루하루가 쏜살같다. 딱히 엄청나게 생산적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게으르고 밍기적거리며 살아가는 것 같지는 않은데. 그저 목전에 닥친 일들을 겨우 하나씩 해치워가며 보내며 살아내는 나날들.

허덕이며 보내는 순간 순간의 체감은 더디기만 한데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보면 일주일, 한달이 흘러가 있다.

가끔은, 두렵다.

두렵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고 조금 슬퍼지기도 하는, 복합적인 감정이다.

시간의 흐름은 일방향성이니 다시 돌이킬래야 돌이킬 수가 없는데, 이미 시간이 흘러가버린 것 조차 느끼지 못할 정도로 이미 모든 순간들은 과거다. 그 지나온 길의 위에, 혹시 나는 무엇을 흘려두고 와버린 걸까.

미처 눈에 담아두지 못했던 하늘의 빛깔. 오후 네시 즈음의 햇살. 귓가를 스치우는 바람결의 온도. 눈송이처럼 하늘거렸던 벚꽃잎의 모양. 어디선가 알고리즘으로 카오디오에서 흘러나왔던 몰랑이는 멜로디의 팝. 꼭 기억하고 싶어서 서너번 다시 돌아가 읽었던 책 속의 한 구절. 조금 더 머무르며 찬찬히 기억하고 싶었는데. 허겁지겁 시간에 쫒겨 삼켜버린 밥처럼 맛도 제대로 음미하지 못한 채로 배만 불러져버린 기분이 든다.

멈추어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안다.

모든 순간이 흘러가고 새로운 순간을 맞이해야 한다는 것도.

하지만 조금만 더 천천히, 잠깐만 멈추고 싶은 순간들.

잠시 숨을 고르고, 더 깊이 더 오래 머무르고 싶은 장면에서는 일시정지 버튼을 꾸욱 누르고 싶다.


그 순간에 머물러, 잊지 않고 싶은 것들을

더 오래 기억하기 위해서.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나만의 리듬